혼자이길 선택한 사람: 이지만
마음 기댈 곳이 필요할 때 브런치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요새는.
한동안 뜸했다는 건 마음에 그늘이 없었다는 뜻일까요. 그건 아니에요. 몇 자로도 남겨두고 싶지조차 않았던 게 있거든요. 그게 잘 해결된 건 아니에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더니 마음이 좀 괜찮아졌어요. '부정적인 감정은 침묵으로 대체하기'라는 좌우명은 여전히 유효하고, 그냥 마음속에 몇 번 맴돌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죠. 입 밖으로 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명랑하게 해 나가며 살아갈 거예요.
지난주에는 친구와 여수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원래 연말 여행을 혼자 가려고 계획했었어요. 그런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갑자기 친구한테 여행 가자고 이야기를 꺼낸 거예요. 편한 건 혼자 가는 건데, 이번에는 한번 다른 여행을 해보고 싶었나 봐요 제가. 같이 간 친구와는 2020년 코로나 확산이 심해지기 전 강릉 여행을 갔던 적이 있어요. 그 기억이 좋았기에, 그리고 이 친구랑은 무슨 이야기든 하기에 망설이지 않고 이 친구에게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너무너무 즐거웠던 1박 2일이었어요. 갑자기 딸기가 먹고 싶다며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서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딸기 1kg을 산 일, 바람 부는 추운 바닷가에서 아이스크림을 덜덜 떨며 먹은 것, 두바이 쫀득 쿠키, 향일암에서 마음씨 좋은 내외분을 만나 간신히 빠져나온 것, 노래방 택시, 영롱한 간장게장, 오락실, 그 밖의 모든 순간들이.
혼자인 사람에게 말을 붙이는 게 쉬울까요, 아니면 여러 명에게 다가가는 게 쉬울까요? 사람에 따라 다를까요? 혼자 여행을 다니면 혼자 여행 왔냐며 친절하게 서비스라도 더 주는 식당이며 카페 사장님들이 계셨는데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내내도 모르는 분들과 참 말을 많이 했어요. 친구가 활달한 성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만난 여수 분들이 우연히 다 붙임성 있는 분들이었을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혼자 여행을 가서 낯선 사람들과 하는 대화와 둘이 여행을 가서 하는 대화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는 거예요.
평소에도 혼자 있는 게 좋아요.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속박된 느낌이 조금 들어요. (사람이 많을 거면 아예 많았으면 좋겠어요. 불특정 다수처럼. 수십 명 앞에서 발표를 하는 건 하나도 안 떨리거든요)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생각했어요. 너무 극단적인 선택지만 생각했었나. 혼자, 아니면 다-수. 그래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나. 그냥 한 명 한 명으로 보고 손을 내밀고, 손을 잡으면 거기서부터 관계는 점점 더 열리는 건가. 타인들을 '무리'로 보는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으로 본다면, 좀 쉬워지지 않을까.
물론 조심해야 할 건 있긴 하죠. 최근 신문에서 정보보안 분야는 '제로 트러스트'를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눈에 확 들어왔어요. 조금 친해졌다고 해서 섣부르게 기대고, 기대하게 되는 저라는 사람. 그리고 실망하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저라는 사람. 하지만, 저 제로 트러스트를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 대입한다면, 누군가를 쉽게 믿거나 기대하고, 분노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너무 삭막한 얘기같이 들리죠. 물론 아무도 믿지 않겠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다 하며 굳게 닫히겠다는 얘긴 아니에요. 우린 사회를 살아가는 존재니까 그럴 수가 없죠. 대신 저 말을 견지하고, 한 명 한 명씩 천천히. 말하자면 투트랙(?) 같은 거예요.
2025년 다이어리의 자유 노트 부분이 한 장도 남지 않았어요. 그만큼 많은 생각들을 다이어리에 적었다는 거죠. 뿌듯해요. 아직 월별 기록표는 남아 있어서 좀 더 채워야겠지만 마음은 이미 2026년에 거의 다다라 있어요. 2025년은 나름대로 완급조절도 잘했고, 하고 싶은 걸 잘해나갔어요. 2026년은 어떨까요. 저 위에 말했던 것, 2026년에 그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그러려고 노력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