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 무사하다고?”
인혁은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는 나를 보고는 안심을 고스란히 내보이며 살며시 미소를 띠었다.
“다행이네…… 다행이야. 진짜 어떻게 된 줄 알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인혁을 휘감는 보랏빛 아우라가 나의 불 속성을 견제하였다. 몹시도 성난 기운을 내뿜으며 인혁의 몸을 제 것으로 점차 만들고 있었다.
이명 때문에 내 목소리가 안 들리는 건가.
“박인혁.”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인혁을 부르자 인혁이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입모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
나는 고개를 간단히 끄덕이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신, 꽉 잡고 있어라. 놓치면 안 돼.”
인혁은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 이제야 말을 알아들었는지 피식 웃고는 길게 숨을 내뱉었다.
“아~ 어떡하냐, 도헌아. 나 피곤한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평소처럼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를 꺼내면서도 그 속에 있는 떨림까지 감추지는 못하였다.
“안 돼.”
보랏빛이 점차 꺼져가는 인혁의 두 눈이 슬며시 감겼다.
“박인혁, 의식 잃으면 안 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 어? 제발…….”
“그만 포기해라.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이미 늦었어.”
아니, 안 된다.
“이 자식이 적당히 끈질겨야지. 십 년이 넘도록 노리던 내 몸을 이제야 얻을 기회가 주어졌는데 쉽게 놔주겠냐?”
내가 어떻게 포기해. 방법이 있을 거다. 생각해 내야 돼. 시각화된 속성에 정신이 갉아 먹히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분명 방법이…… 있을 텐데…….
“뭐가 그렇게 미련하냐?”
다시금 나를 직시하는 인혁의 눈동자가 달빛에 일렁거렸다.
“응? 뭐가 그렇게 슬퍼. 아쉬울 게 뭐 있는데.”
내 걱정을 없애기 위해 부드럽게 올라간 그의 입꼬리에는 조금의 떨림도 존재하지 않았다. 되레 편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에게 담겨져 있는 것은.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저 오롯이 아파할 남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대체 뭐라는 거냐……. 아 진짜, 하나도 안 들려.”
인혁은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됐어. 난 괜찮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방법.”
인혁의 인상이 또다시 짙어졌다.
“방……법?”
“알잖아. 알려줘.”
기우뚱해졌던 그의 고개가 돌아오고 인상이 펴졌다.
“싫어.”
그러고는 단번에 말을 알아챈 인혁이 유연히 웃음을 지으며 매정한 대답을 건네었다.
“그리고 어차피 알려줘도 너 못해.”
“할 수 있어.”
“못한대도. 네가 해 속성이 있냐, 번개 속성이 있냐?”
해 속성, 또는 번개 속성.
그제야 기억이 났다. 아마도 어릴 적 사부에게 물었었던 것 같다.
시각화된 속성이 결국 몸에 침식되어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을 경우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두 가지의 방법. 해 속성이 시각화된 속성을 소멸시키거나 그보다 더 거대한 같은 속성이 시각화된 속성을 집어삼키는 것. 즉, 엄마나 박 협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했다.
“부르지 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인혁이 나직이 말했다.
“두 분 다 바쁘시잖아. 이제 별로 버티지도 못하는 나 때문에 업무를 멈추고 오시게 할 수는 없어. 나도 이제 한계, 쿨럭!”
중간에 끼어든 기침에 새빨간 피가 동반되었다. 연이은 인혁의 기침은 끊임없이 피를 토해냈다.
“하아…… 내 말, 맞지……? 쿨럭, 이제…… 한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