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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Dec 17. 2023

경쟁을 멈춰야 하는 이유

경쟁 학습 말고 협력 학습

2년 전쯤 일이다.

친구 사이인 초등 남학생 3명을 3년 간 가르친 적이 있다.

세 아이 모두 영어가 처음인 상태에서 시작하였는데, 말하기를 주로 하면서 가능하면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지도하였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너희들끼리 경쟁하지 마라. 협력하고 도와주어라."를 입버릇처럼 말하였고, 아이들은 내 말대로 그렇게 하였다.

한 아이가 조금 뒤처지면 먼저 끝낸 아이가 그 아이를 도와주고, 서로서로 묻고 가르치면서 공부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잘하는 아이에게는 별도로 학습자료를 더 내주어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량을 늘려 가르쳤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세 아이 사이에는 조금씩 실력차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부터인가 세 아이 가운데 가장 실력이 뛰어난 한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실력이 더 낫다는 것을 은연중에 자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자신처럼 영어실력이 우수한 아이들이 많고 시험 대비를 더 많이 하며 또한 잘하는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학원을 알아보더니 결국 중1 여름방학이 되면서 인근에 있는 대형 영어학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이 아이는 협업보다는 경쟁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은 여전히 경쟁이 아닌 협력하는 공부를 계속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 및 광주과학기술원의 김희삼 교수가 4개국 대학생들의 가치관에 대한 설문 조사(2017년)를 하였다. 여러 가지 설문 내용 중에 한국, 중국, 일본, 미국 4개 나라 대학생에게 자국 고등학교가 '함께 하는 광장', '거래하는 시장', '사활을 건 전장'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것과 가장 잘 어울리는지 한 가지를 고르라는 항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학생은 80.8%가 사활을 건 전장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함께 하는 광장은 12.8%, 거래하는 시장은 6.4%였다. 그러나 중국은 약 42%, 일본은 약 14%, 그리고 미국은 약 40%가 사활을 건 전장이라고 응답했다. 유독 한국 대학생만이 고등학교를 극심하게 경쟁하는 곳으로 인식한 것이다.

그 이유를 김희삼 교수는 "한국의 학생들은 경쟁적인 분위기와 엄격한 상대평가 체제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하였다.(연합뉴스, 2018. 8. 2.)


한국의 학생들이 과도한 경쟁 속에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이로 인해 자살에까지 이르면서도 경쟁학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한한국이 학벌 및 학력 차별과 이에 따른 사회, 경제적 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에서는 명문대를 졸업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대한민국에 명문대학의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발을 디딘 사활을 건 전장에서 하나의 경쟁을 뚫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새로운 경쟁이 기다리고 있고 그 경쟁을 뚫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린다. 이러한 경쟁의 쳇바퀴 속에 살다가 서서히 자신은 죽어간다.

그 결과 사회 또는 국가는 부유해질지 모르겠으나 개인의 삶은 대단히 불행하게 끝나게 된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경쟁 교육을 없애는 방법으로,


첫째,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둘째, 공부방식을 개인이 각자 공부하는 형태가 아니라 여러 학생이 함께 둘러앉아 서로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 학습으로 바꾸며,


셋째, 각 지방의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만들고 주변 대학들을 연합체 형식으로 묶어서 공동 입학, 공동 학위 수여 방식으로 운영하자고 말한다.


나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렇게 하면, 학업 경쟁 및 이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학생들이 좀 더 행복한 학창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지방대에 재정 지원을 늘려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많이 만들면, SKY 및 인서울대학이 거의 독점해 왔던 학벌 권력을 지방에 있는 대학들에게도 확대 부여하게 되므로 지방대가 살아나게 된다. 또한, 지방대가 살아나는 것은 지방 경제를 살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피엔스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생 인류는 비록 개별 인간으로서는 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지만, 함께 사냥하고 함께 채집하고 함께 분배하고 함께 지켜줌으로써 강력한 공동체를 형성, 발전시켰기 때문에 지구에서 최상위를 차지한 강자가 되었다.


이러한 인류학적 사실 하나 만으로도 우리가 경쟁을 멈춰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경쟁을 멈춰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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