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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우 Sep 07. 2023

4. 관용

Tolerance / Generosity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종종 있다. 아이가 지각을 많이 한다든지, 숙제를 안 해온다든지, 자세가 바르지 않다든지, 혹은 떠든다든지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특히 가장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경우는 예의가 부족한 아이와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다. 오래전에 이런 아이가 있으면 바로 혼을 내고 벌을 세우기도 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각을 바꾸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린앤데! 몰라서 그런 거잖아! 아직 배우지 않은 것뿐이야! 내가 가르쳐야지!’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이전보다 화가 덜 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 아이를 진실의 방(!)으로 불러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가르친다. 내가 관용의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아이들을 따로 훈육할 때 데리고 들어가서 이야기하는 강의실을 아이들이 영화에서처럼 진실의 방이라고 이름 붙였다. 누군가 진실의 방에 들어가게 되면 그걸 본 아이들은 횟수를 세며 말한다. 자기는 진실의 방에 몇 번 불려 갔고 또 누구는 몇 번 갔다고 말이다. ㅋㅋ


관용은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고남의 잘못을 용서하는 마음입니다.    

 

관용은 나와 생김새가 좀 다르거나 피부색이 달라도 싫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관용은 내가 학급반장이 되었을 때 나와 반장 선거에서 경쟁했던 친구에게 부반장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관용은 잘못된 행동을 눈감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관용과 가장 가까운 의미를 지닌 동양 윤리는 ‘인(仁)’이다. 인(仁)은 어진 사람이라는 뜻인데, 한자의 형상을 해석하면 ‘남의 짐을 대신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의 이타적인 마음을 나타낸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 사회이다. 인종, 문화, 종교, 전통, 관습, 예술, 취미 등이 개인, 단체, 사회, 국가마다 너무나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관용이며 이는 갈등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바탕이 된다.     

  며칠 전 아침 일찍 운동하러 가기 위해 차를 몰고 골목길을 지나다가 횡단보도 한쪽 끝에 서남아시아인으로 보이는 남성 두 사람이 서 있길래 차를 세웠다. 그러자 두 사람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고 그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이 나를 계속 바라보며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유대인들이 쓰는 동그란 키파모자를 머리에 얹고 있었는데, 그저 웃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나에게 인사하듯이 그 웃음을 보내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더구나 그 사람은 길을 다 건넌 뒤에도 가지 않고 서서 환하게 웃으며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나 역시 운전을 하면서도 밝은 미소를 그 사람에게 보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이와 성별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그와 내가 서로를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를 본다면 차에서 내려 인사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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