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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ETEL Jul 03. 2019

DNA가 수면을 좌우하는 이유.

수면은 불평등하다 ④ - 유전자에 따른 잠의 양극화

이 모든 건 우연이 아니니까
운명을 찾아낸 둘이니까
DNA


방탄소년단의 big히트곡 중 하나인 'DNA'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DNA는 우연 아닌 운명을 엮을 뿐만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수면도 그중 하나다.


DNA는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는 유전자 물질로, 유전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DNA는 자기 복제능력을 갖고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유전 정보가 달라지지 않고 정확한 유전 정보를 전할 수 있다. 


생물체의 모든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DNA 속에 들어 있다. 외모와 체격을 비롯한 생김새뿐만 아니라 두뇌, 체력 등 많은 부분이 DNA에 의해 결정된다. 양쪽 부모의 DNA가 절반씩 나눠져 아기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DNA가 수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출처: pinterest)


불면증과 DNA의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소음, 실내온도, 채광 등 침실 환경뿐만 아니라 통증, 발열, 고혈압, 스트레스 등 신체증상이나 우울증, 불안감을 비롯한 심리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테지만, 최근 DNA 분석 연구에 의하면 유전이 불면증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조명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암스테르담 대학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DNA 분석으로 불면증을 유발하는 뇌 영역과 뇌세포 유형 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133만여 명의 뇌세포로부터 불면증을 유발하는 변종 DNA를 확인하여 이 DNA가 포함된 유전자 956개를 골라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 유전자 중의 일부가 신경세포(neurons)를 구성하고 있는 축색돌기(axons) 기능에 불면증과 관련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축색돌기는 신경세포 안에 있는 긴 통로로 신경세포의 각 부위 사이의 정보소통을 담당한다. 또 다른 유전자들은 뇌의 전두엽(frontal cortex)과 하부 피질핵(subcortical nuclei)을 구성하고 있는 특정 세포 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불면증이 다른 신경 질환과 마찬가지로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에 따라 불면증은 완전한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유전성 신경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아이가 적게 자는 이유

지난 브런치 글, 엄마가 적게 자는 이유에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뚜렷할수록 엄마의 수면 시간도 짧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여성이 가정을 꾸리면 남성에 비해 육아 참여도가 높고 가족을 돌보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수면 시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이가 적게 자는 이유 역시 엄마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엄마가 불면증을 겪는 경우 아이의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워윅 대학교와 바젤 대학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수면 상관관계에 관한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7-12세 나이의 아이들 200명과 그들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수면 실험을 진행하여 데이터를 분석했다. 

  

아이들은 수면 중 뇌파 측정(EEG)을 통해 자는 동안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했고, 그동안 부모들은 그들의 불면증 증상과 아이들의 수면 문제에 대해 보고했다.  


뇌파 측정(EEG)을 하는 모습 (출처: Google) *레게머리 아님주의


연구자들은 뇌파 측정 결과에서 어머니가 불면증을 보이는 아이들은 늦게 잠이 들고, 잠을 덜 자고, 깊은 잠에 덜 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수면 문제와 아이들의 수면 사이에는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자녀의 수면이 아빠보다는 엄마의 수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결과를 두고, 연구자들은 평균적으로 아이들이 아빠보다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수면에서도 강한 영향이 작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의 수면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네 가지 요인을 보충하여 제시했다.


1.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수면 습관을 배울 수 있다는 점.
2.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 관계는 부모와 자녀 모두의 수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
3.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부모는 자녀의 수면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 
4. 부모와 자녀가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유전자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수면의 질을 결정하는 것에 DNA가 큰 역할을 하지만, 자라면서 받는 후천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연구의 핵심이다. 




<수면은 불평하다> 시리즈 

 - 소득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② - 성 역할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③ - 국가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④ - 유전자에 따른 잠의 양극화


▒ MAETEL 홈페이지: https://www.maetel.kr/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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