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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ETEL Jun 07. 2019

엄마가 적게 자는 이유.

수면은 불평등하다 ② - 성 역할에 따른 잠의 양극화

잠 못 드는 밤, 괴로운 이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2 ~ 2016년 수면장애 진료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국내 수면장애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누적 환자 211만 명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여성 불면증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1.7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의 경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2배 많았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면장애 환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여성 호르몬이 꼽힌다. 남성보다 신체적, 정서적 변화에 민감한 탓에 잠을 잘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수면이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엄마가 되는 것. 이 역시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엄마가 잠들기 힘든 이유

과거 부모들은 성별에 따라 수면을 보는 시각이 달랐다. 남성은 수면을 직장 생활을 대비한 회복과 준비의 시간이라고 본 반면, 여성은 가족 구성원을 돌보기 위한 가정 일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어머니들은 새벽까지 어린 자녀를 돌보며 잠자리에 들었고,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아이의 안전을 위해 저녁 늦게까지 귀가를 기다리곤 했다. 


남성은 다른 이유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특히 소득이 적은 계층의 경우 다음날 업무와 급여, 재정 상황 때문에 수면에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들은 생계와 가족 부양에 대한 경제적인 공헌을 인정받았기에 가정에서의 남성은 여성보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생계 및 경제적 고민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었다. 일하는 여성도 직장과 재정 문제 때문에 수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도 남성 근로자처럼 직장에서 힘들거나 방해받는 일이 있으면 수면이 힘들다고 답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잠 자는 시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자녀가 있는 여성은 자녀를 양육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수면 시간이 더 적어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육아와 가정을 돌보는 일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수면 시간이 적었다.


양성평등 사회에서는 수면 시간도 평등?

유럽 23개국에서 14,14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조사국 중 22개 나라에서 '지난주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답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았다. 여성은 5세 미만의 아이들을 케어할 때 수면에 방해를 받았고, 남성은 가족의 재정 상태에 만족하지 못할 때 수면에 방해를 받았다. 남성과 여성 모두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 생활은 잠을 방해한다고 응답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성과 남성이 모두 평등한 사회에서 성별 수면 시간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평등 사회에서는 가사분담이 평등했으며,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남성이 가사분담과 육아에 참여하여 가정의 일을 함께 함으로써 여성은 수면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성적으로 동등한 환경에서 사는 것은 남성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는데, 행복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수면 시간도 더 많다고 보고됐다.


전반적으로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이 평등한 사회에서 시민들도 더 잘 자는 것으로 연구는 결론을 내렸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구분보다는 성 역할의 구분이 남녀 모두의 수면 시간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성 역할의 구분이 없을수록 성별 수면 시간이 비슷했다.


왜 여성들이 잠을 더 자야 할까?

수면과 성별에 관한 연구 중에는 여성은 남성보다 잠을 더 자야 한다는 조사도 있다.


한 연구는 여성은 남성보다 20분 정도 길게 자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는데, 여성과 남성의 에너지 소모 방식에 근거를 두었다. 여성은 깨어있는 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남성에 비해,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 하여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량이 크기 때문이라고 연구는 밝혔다. 깨어 있는 시간에 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더 많은 수면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성별에 관계없이 깨어 있는 시간에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많이 자야 한다.





<수면은 불평하다> 시리즈 

 - 소득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② - 성 역할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③ - 국가에 따른 잠의 양극화

④ - 유전자에 따른 잠의 양극화


▒ MAETEL 홈페이지: https://www.maetel.kr/ 




<참고 자료>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26120&page=1

https://medicalxpress.com/news/2018-07-couples-gender-equal-societies.html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978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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