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은 불평등하다 ③ - 국가에 따른 잠의 양극화
<소득은 불평등하다> 시리즈 1편 "개미처럼 살면 피곤한 이유"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소득이 적을수록 권장 수면을 취하는 비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알린 바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수면과 1인당 국민소득과의 관계'를 도표로 만들어, 잠과 국가별 국민 소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세로축은 그 나라의 평균 수면 시간을, 가로축은 그 나라의 1인당 GDP를 나타낸다. 위로 향할수록 평균 수면 시간이 늘어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진다.
수면 시간 상위권 국가와 하위권 국가의 차이는 극명했다.
뉴질랜드, 핀란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영국,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 아일랜드 등 국가의 평균 수면 시간은 대략 7시간 30분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4-7만 불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필리핀, 이집트, 페루, 인도,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 나라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에서 6시간 45분 정도로 파악되었으며, 이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대개 20만 불 이하로 낮은 편에 속했다.
도표가 우상향 하는 대각선의 양상이기 때문에 수면 시간과 1인당 국민 소득이 비례하는 결과가 그려진다.
즉, 경제력이 있는 나라의 국민일수록 잠도 더 많이 잔다. 그만큼 워라밸, 복지, 인프라 등이 잘 가꾸어져 삶의 질이 좋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유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잠을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로 생각하여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은 이 결과와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3-4만 불 가량이지만,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25분 정도로 짧은 편에 속한다. 도표에서 한국보다 수면 시간이 짧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근소하게 높지만, 수면 시간은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도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지만,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도 채 안되어 짧은 편에 속한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대만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른바 '호랑이 경제(Tiger Economy)' 국가로 꼽으며,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오전 1시에 잠에 들었다고 언급했다. 아시아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역량과 국가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야근 문화 때문에 수면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슬람 국가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수면 시간이 짧았다. 사람들이 아침 일찍 기도를 하기 때문에 기상이 이른 편인데, 이에 따라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파워(Oil Power)'로 1인당 국민 소득이 스위스와 미국, 홍콩의 뒤를 이을 정도로 높지만,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45분 이하로 짧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이 세 번째로 긴 우리나라에서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꽤 어렵다. 일을 많이 하고,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당연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이 사용하는 수면 추적 앱 '슬립 사이클(Sleep Cycle)'의 분석 결과, 현대 인류는 평균적으로 매일 7시간 12분을 자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밖에 흥미로운 결과는 그룹별로 수면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슬립 사이클의 남성 사용자는 여성 사용자에 비해 20분 적게 잤고, 더 자주 뒤척였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사용자가 젊은 사용자에 비해 꿈을 꾸고 눈동자의 움직임이 활발한 렘(REM) 수면 시간이 적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는 자체 수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룻밤에 7-9시간 정도 자는 것을 권장했다. 수면 부족에 따른 증상과 질환을 근거로 잠을 충분히 자야 할 것을 역설했다. 일례로, 20시간 동안 깨어 있으면 와인 한 병을 마시는 것과 비슷하게 추론 및 반응 시간이 쇠약해진다는 것을 밝혀냈고, 2주 동안 매일 6시간을 자면 이틀 연속 밤샘을 하는 것만큼 뇌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만약 이 습관을 지속하면, 조기 사망 가능성이 13%나 증가하게 된다고 재단은 경고했다.
국민의 소득은 증가하고 워라밸이 중요해졌다.
국가에서는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도입하고, 기업에서는 PC 오프제를 실시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추가 근무를 없애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MAETEL 홈페이지: https://www.maetel.kr/
<참고 자료>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ac1cddae4b0f112dc9d6a79
https://www.1843magazine.com/data-graphic/what-the-numbers-say/which-countries-get-the-most-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