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을 사랑하는 눈
가을 햇살이 유난히 좋았던 어느 날
첫째랑 태어난 지 53일 된 둘째를 데리고,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산책을 나섰다.
남편과, 내가 각자 유모차를 하나씩 맡아 끌고 가는데, 어찌나 벅차고 감동적이던지.
내가 품은 토끼 같은 아이가 벌써 두 명이나 되고,
그 아이들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나는 진심으로, 온 마음으로 행복했다.
그날 나는 오빠에게 "나 너무 행복해" 그 말을 수십 번은 했던 것 같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고,
오빠와 내가 유모차를 밀고 두 아이를 데리고 천천히 걷던 그 길
집 앞 공원과 카페를 다녀온 것일 뿐인데, 그날은 마치 어딘가 멀리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날씨도, 공기도, 모든 것이 완벽해서.
둘째는 유모차 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고, 첫째는 곱게 물든 낙엽을 가리키며 웃었다.
너무 평범한 순간 같은데, 나에게는 세상의 모든 찬란함이 담긴 하루였다.
그 순간들은 사진처럼 찍히지 않아도 마음에 또렷이 남는 '기억의 필름'이었다.
완벽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그 순간을 사랑하는 눈이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