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붐
필름을 필사하다,《매거진 필사》
by.cozyoff
20년 전 대학가요제에서 번번이 탈락하며 해체된 밴드 '활화산'.
영화는 전 리더 '상우'의 장례식에서, 중년이 된 옛 멤버들이 오랜만에 다시 재회하면서 시작됩니다.
기영(정진영)은 더 이상 기타 줄을 훑지 않고 TV 리모컨만 누르는 '중년 백수'
성욱(김윤석)은 베이스 리듬 대신 바이크 엔진소리와 대리운전 호출뿐인 '바쁜 가장'
혁수(김상호)는 드럼 비트가 아닌 자동차 엔진 소리에 귀 기울이는 '기러기 아빠' 이자 중고차 판매상이 되었죠.
기영의 하루는 눈치 보기로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출근 하는 아내에게 눈치가 보여 잠든 척을 하고, 딸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괜히 자리를 피해 나가기도 합니다. 딸이 남기고 간 빵과 우유가 그의 아침식사이고, 인력사무소에 들러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의 일상을 채우죠.
그런 그가, 상우의 죽음과 그가 남긴 기타를 들여다 보며 문득 잊고 지낸 젊은 날의 꿈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때 활화산처럼 타올랐던 청춘의 뜨거움은 이제 식어버린 재가 되었고, 음악은 그저 '딩딩거리는 어린애들의 장난' 처럼 여겨질 뿐, 친구들은 기영의 밴드 재결성 제안을 우스꽝스러운 즉흥 연주처럼 웃어넘기지만, 그는 조용히 되묻습니다.
'니들, 그게 사는거야?'
밴드의 재결성은 불협화음처럼 무모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음악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존재의 울림이었죠.
반복되는 일상 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그리움.
바닥난 자존감을 끌어안고 꺼내든 작은 일탈.
대리운전 손님의 무시 앞에서 씁쓸해지고,
무대 위에서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
성욱은 음악 속에서, 혁수는 외로움 속에서
한때 유행했던 밴드 음악이 다시 부흥하듯, 그들도 밴드 활동을 통해 다시 심장이 뛰는 탈출구를 찾아냅니다.
그렇게 보컬이었던 상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그들은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을 영입하며 밴드를 재결성 하게 됩니다. 세대도 다르고, 삶의 무게감도 다른 이들이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교감하게 되죠.
'즐거운 인생'은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전형적이지만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기영이 처음 기타를 다시 만졌을 때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성욱이 베이스 줄을 튕기며 느끼는 해방감, 혁수가 드럼에 맞춰 온몸을 흔들며 웃는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다시 찾게 됩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꿈을 꾼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 라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왜 자꾸만 잊었던 꿈을 다시 붙잡고 싶어지는 걸까요?
가족의 기대, 사회적 책임감 속에서도 그들은 실패를 감수하며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사는 것'이 아닐지, 하고요.
'즐거운 인생'에는 멤버들 간의 불협화음이 거의 없습니다.
서로의 빗나간 음정을 질책하기보다는, 팀원들은 각자의 삶에 박힌 음표들을 알아채고 함께 연주합니다. 그들의 하모니를 가로막는 건 내부가 아니라, 늘 변하지 않는 '차가운 현실'이라는 잡음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그런 소음 속에서도 조용히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해보는 용기, 그리고 일상의 틈새에서 작지만 분명한 화음을 발견하는 방법을 들려줍니다.
익숙한 정서와 따뜻한 색감, 촌스럽기까지 한 사람들, 2000년대 중반의 정겨운 배경이 그 감정을 감싸안은 채, 영화는 묻지요.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일로부터 멀어지며, 행복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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