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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gie chae Oct 01. 2024

위험한 추적

두 번째 벨이 울리면


그가 쓰러지며 땅에 닿은 그 순간부터 내 귀에 들리는 건 오직 내 심장 소리뿐이었다. '쿵, 쿵—'이 소리가 내 가슴을 찢을 듯 울려 퍼졌고, 숨조차도 얕게 들이쉴 수밖에 없었다. 손끝에 남은 피비린내와 함께 그와 함께한 시간들도 사라져 갔다.





사랑은 고뇌와 인내를 얼마큼 견딜 수 있는가 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슬픔 속에서도 의연하게 이해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능력이 그 사랑의 깊이인 것처럼. 그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를 위해 기도할 수 없었던 내 사랑은 이렇게 고통과 함께 끝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의 마지막 숨이 사라지며 몸에서 빠져나간 온기는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의 마지막 속삭임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그를 죽인 건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그가 알고 있던 진실, 우리가 함께 찾아야 할 진실은, 그의 죽음으로만 드러날 것이었다. 사랑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고통의 연장이었다면, 나는 그 고통을 견디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순간, 불멧돼지가 쓰러지며 손에서 떨어뜨린 작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종이는 빛에 반사되어 미약하게 빛났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잔뜩 구겨진 그 종이에는 책방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글씨체로 무언가 쓰여 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곳에 서 있는 그녀—흰 고양이—를 보았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향해 있었다. 나는 손에 쥔 종이를 움켜쥐고,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고요했고, 그 어둠이 그녀의 주위를 둘러싼 듯했다.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진실을 마주하게 될 때, 감당할 수 없는 대가를 요구할지도 몰라요. 그럴 준비가 되어 있나요?”





내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리며 가슴을 두드렸다. 이 거친 박동 소리는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심장의 울림은 더 커졌고,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며 나를 압박했지만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바람에 섞인 알 수 없는 냄새가 피부를 스치고, 어둠은 나를 밀어내듯 적대적으로 다가왔다. 쿵, 쿵, 심장소리는 계속 내 발걸음을 따라왔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코라처럼, 나는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 서 있었다. 첫 번째 벨은 경고였고, 두 번째 벨은 그 선택이 불러올 대가를 의미했다. 이제, 그 두 번째 벨이 울릴 때가 되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이 길을 나는 홀로 걸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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