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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꿈글 May 25. 2016

소녀들의 전시회

#꿈이 나에게 - 작품으로 기억될 그녀들의 이름

글, 사진 @연결고리

(*해당 글의 링크를 제외한 이미지의 무단사용 합니다.)



"와~ 여기 너무 좋은데요!"


"꺄악! 멋지다! 막상 오니까 막 설레요. 좋다 진짜."


"전시회 하는 거 실감 나요."


전시회를 앞두고 갤러리안에 들어서자마자 감격에 겨운 요란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서른살이 훌쩍 넘은 아이엄마들이 까르르했던 소녀들의 모습으로 손뼉을 친다. 몇명의 신입 멤버 (나를 포함)들에게 첫 전시회, 기존 멤버인 언니들에겐 벌써 세번째 전시회.


"액자 주문한 건 언제 오기로 했어?"


"1시 30분까지 도착한다고 했는데 좀 늦어지나 봐요. 다시 연락해 볼게요."


"○○언니 도착했다는데 도와주러 갈 사람?"


"저요! 제가 갈게요."


"오픈식 때 쓸 다과 음식도 사러 가야 하지 않나?"


"우리가 갔다 올게요. 케이크랑 음료, 과일 조금, 또 뭐가 필요할까요?"


"언니, 이거 액자 어떻게 끼우는 거예요? 처음이라 뭔가뭔지 모르겠어요."



꽤 넓은 갤러리 공간이 낯선 여인들의 들뜬 목소리와 경쾌한 발걸음, 연신 터져나오는 소녀 같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누구 하나 팔짱 끼고 바라보는 이 없이 바쁜 그녀들.


자신의 작품 뿐만 아니라 어설픈 동생들의 빈자리까지 채워주시는 선배언니들의 여유, 그녀들의 따뜻한 온기로 전시회장이 가득 채워진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는 사람이 없어도 그녀들의 동선은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갤러리 벽면에 그림을 고정하는 와이어 매만지는 손길도 금방 익숙해진다. 가장 보기좋은 위치로 그림의 높이를 맞춰거는 작업에 시간이 꽤 걸린다.


'이 언니들, 멋지다'!


뭘 해야할지 모르는 동생들은 졸졸 쫓아다니며 손이라도 보태려고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서로의 그림 위치를 다시 한번 잡아주고, 사이사이 간격도 조정하고 일단 마무리.


갑자기 더워진 날씨탓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이다.


"다들 너무 수고하셨어요. 우리 음료수 마셔요!"


"오늘 몸살 나는거 아니야?"


"팔다리가 너무 아퍼~."


힘들어하며 징징대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언니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놓으며 생애 첫 미술전시회라니.


사실 몇 개월 전 다시 그림을 배우려고 등록을 하고 전시회 얘기가 나왔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했었다. 감히, 낄 수도 없을 줄 알았고 끼워주시지도 않을 거라고.


근데 막상 전시회라는 목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거랑, '나 그냥 그림 그리는 게 취미야' 하고 그림을 대하는 건 태도가 달라졌다.


갤러리가 그림으로 하나, 둘 채워질수록 묘한 설렘과 뿌듯함이 교차했다. 그림에 대해 전문적인 상식이 무지한 나지만, 기성 작가분들과 견주어도 빠지지않을 실력의 그림들.


더 신기한 건 그림만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자신들만의 색이 뚜렷한데 놀랐다. 더불어 이런 그녀들과 함께 전시를 한다는 자랑스러움까지.


언젠간 나도 나의 색을 찾아야지!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돼서, 젊은 피(?)를 더 수혈해 드리지 못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먼저 자리를 떠야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 간식을 챙겨주는데 너무나 친절하게도 작품명과 이름을 붙여 마무리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조명까지 완벽하게 세팅된 전시회장 사진과 하나 작품 사진들을 보는 순간의 희열.


누구엄마로 불리지않고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걸 무엇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가슴터질 듯한 일이 있을까?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누군가에게 꽃이되는 김춘수의 '꽃' 처럼, 그녀들의 이름이 더 많이 불리고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미 내 마음에 그녀들의 이름이 꽃같은 그림들로 기억된 것처럼.



'엄마' 로 불리는 것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시작이 아니길



나의 인생 첫 전시회 작품들
그녀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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