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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Dec 06. 2022

첫눈 오는 날, 마지막 가을을 만나다

첫눈이 왔다.


첫눈이 오면 이런 걸 하고 싶었다. 식탁 위에 둥그스럼한 목화 꽃 한 송이 내려놓고, 흰 눈송이를 옮겨놓은 것처럼 냄비 끓는 물에 달걀 하나를 살짝 풀어 몽글몽글하게 계란 덩어리져있는 떡국을 끓여 먹으려 했다. 밥을 먹은 후엔 우유 거품 가득한 라떼 한 컵을 두 손에 꼭 쥐고 호 - 불며 마셔보려 했다. 입가에 두툼한 거품도 좀 묻히면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포근하고 화사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첫눈이 온 오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을 첫눈 오는 마음 애틋한 날로 기억할 듯하다. 유독 몸이 무거웠던 아침, 평소 같았으면 벌써 씻고 일할 준비를 했을 때에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휴대폰 시계를 보며 정말 이 시간인가 의아해하며 눈을 껌뻑이다 커튼을 살짝 들춰봤다. 아니 이게 웬걸. "눈, 눈이다! 첫눈이야!!" 외치며 같이 사는 이에게 어서 창문을 열어보라고 소리 질렀다. 새벽에 축구 볼 시간에도 이렇게 요란하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아차차 - 하며 스마트폰으로 눈 내리는 풍경을 짧게 촬영했다. 눈이야, 정말 첫눈이네... 하면서 작은 화면 속 끊임없이 내리는 눈송이를 보다가, 문득, 



눈 사이로 가을 나무가 또렷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을인데 겨울이네. 단풍 든 나뭇잎 사이로 올해 마지막 시즌이 왔다는 소식을 알리는 눈이다, 싶었다. 그렇게 새 계절이 다가온, 첫눈 오는 날, 나는, 마지막 가을을 만났다.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을 알았을까. 그렇게 내 앞에 둘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오고 가는 계절 사이에서, 그 순간을 놓칠 새라,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첫눈 오는 모습을 가볍게 영상으로 담아내면서.


안녕, 가을! 안녕, 겨울. 첫눈이 왔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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