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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마감 Jan 22. 2024

시작이 어려운 건 생각이 많기 때문?

 Ch1. 시작도 안 되는 나, 대체 왜

미루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고, 조금 더 길게 할 뿐인가?

일이 있는 데, 해야 하는 걸 아는 데 시작조차 안 되는 때가 있다.

사실 시작조차 안 되는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작을 외면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내 경우엔 먼저 얼마나 고달픈 작업인지 알아서, 시작하면 괴로울 걸 알아서 자꾸만 외면한다. 한번 시작하면 치열하게 생각해야 되는 걸 아니까 시작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거다. 그리고 사실 마감에 가서 울며 불며 진창에 빠져 어떻게든 해왔던 마감 속의 나를 믿는다. 어차피 절대 피하지 못할 마감 속의, 미래 그때의 나를.


미래의 나를 믿는다는 것은 항상 지금 당장의 죄책감을 동반한다

지금 당장의 죄책감은 일만 해도 힘든 나에게 비바람까지 함께 준다. 마감일에 할 나 스스로를 우산으로 쓰면서, 버티면서 겨우겨우 마감일이라는 종착지에 도착한다. 그렇게 도착한 나는 이미 비바람에 뒤집혔다가, 비에 흠뻑 젖었다가, 운동화까지 젖어 나를 되돌아볼 새 없이 종착지에 도착하기 급급하며 가게 할 뿐이다.


죄책감이라는 구름은 나에게 하등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냥 걷기도 힘든데 비까지 맞아가며 걸어가게 된다. 길은 질척해지고 옷은 다 젖어버린다. 발걸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처음엔 가방에 든 마른 솜이었는데, 이제는 젖어서 더 무거워만 진다. 마감을 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초행길은 초행길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마감을 하면 할수록 더 시작이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얼마나 진창인지 아니까.


우리는 뽀송한 길을 갈 수 있다

내가 할 일을 정하고, 정말 가기 싫어도 그날 갈길을 가면 적어도 오늘의 죄책감 비바람은 피할 수 있다. 오늘의 비바람을 피한 사람은 내일이 되면 더 가벼운 몸으로 마감일로 향한다. 어제의 몫을 다 했으니까. 도착해서도 뽀송한 운동화를 신고, 미리 도착해서 매무새도 정리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있을 수 있다.

꿉꿉한 운동화가 차가운 비에 젖은 옷이 좋은 사람이라면 계속 그렇게 해도 된다. 물 먹은 솜을 지고 걷는 고단한 과정이 나를 위한 근력운동이라고 생각해도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런데 운동은 좋은 컨디션에서 하는 것이다.



워크숍 1. 긴 생각 정리하는 법

늘어지는 생각으로 시작이 어렵다면, 이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자.


9개의 키워드를 적어라

먼저 메모장을 켠다. 마감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딱 9개가 될 때까지 적는다.

2-3개 밖에 안 써지면 더 세분화해서 9개로 늘려서 수를 맞추고, 너무 많이 적으면 상위 수준-하위 수준을 구별해서 9개까지 맞추어 적는다. 이 과정은 마감을 위한 첫 단추로 체계를 잡는 과정이 된다.


종이를 반 접어라

종이를 반으로 접어라. 9개의 키워드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왼쪽에, 아닌 것은 오른쪽에 쓴다. 일의 시작을 위해서 두 번째로 필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대로 하면 된다.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서 방법을 찾아내면 그만이다.




해보니 어떤가? 물론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무쌍하게 마감을 향한 여정에 들어온 것을 축하한다.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당신은 천부적인 재능을 개선하려고 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며, 맡은 일에 몰입하고, 책임감 있으며, 발전하고자 하는 용감한 사람이다. 마감에 압도되어 주눅 들 필요 없다.




'이제 그만 좀 미루고 싶다' 시리즈는 아래 순서로 이어집니다.

매주 월/수/금 발행됩니다.


프롤로그. 마감헤이터인지 확인하는 방법


챕터1. 시작도 안 되는 나, 대체 왜?

- 시작이 어려운 건 생각이 많기 때문? ▷ 지금 글

- 내가 이 일만 있는게 아니야 ▶ 다음 글 (01/24 발행)

- 하고 싶어 지는 기분을 기다리는 사람들


챕터2. 최악의 마감방해자들

- 이건 내 일이지, 나 아니면 누가 해

- 운도 없지, 왜 일이 한번에 안 되는 거야

- 완벽한 제안서를 짠하고 보여줘야지


챕터3. 첫 장을 시작하는 법

- 자료 조사 충분히 했다고 느끼는 법

- 목차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 시작하려면 첫 장부터 쓰지 마라


챕터4. 마감을 향해 달리는 작성법

- 기존 제안서 활용법

- 조사한 자료 제발 그대로 쓰지 마라

- 쌀로 밥 짓는 소리 하지 마라


챕터5. 준비된 제안은 답이 정해져 있다

- 수미쌍관, 시작이 곧 끝이다

- 수준 높은 제안은 질문까지 설계한다

- 내가 평가위원이면 뽑겠는가?


에필로그. 마감을 없애는 최고의 방법


* 작성법과 관련한 더 구체적인 사례와 설명은 퍼블리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제안서 작성 전에 필요한 모든 것 : 제안요청서 분석부터 자료조사까지>

https://publy.co/content/7530?s=l818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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