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울지 않는다. 슬퍼서는 울지 않는다.
그녀가 울 때는 속상해서가 아니라 화가 날 때뿐이다.
운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해결하라고 하면 해결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한다. 눈물은 사치다.
누군가 상담을 요청하면 그녀는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는다. 그래서 그녀는 주변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저 공감해 주는 추임새와 미간의 안타까운 주름으로 상대방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게 묻는다. 오직 해결만이 문제의 진짜 해결이다.
내가 물었다. ‘공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의 의무 군복무 제도는 원치 않아도 군에 가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서 사고 없이 전역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잘한 일이고 축하받아야 하는 일이다.
군 간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해 평소에 체력단련을 하고 사격훈련을 하지만 병력관리 또한 간부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기에 부하들을 상담하는 ‘병영생활 상담관’의 직책을 부여받는다.
상담의 기본은 공감이다. 항상 심각하고 극단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있는 병사의 경우의 공감은 절대적이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여자친구와의 실연을 앞두고 극도의 불안을 보이는 내담자에게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는 상담자로서 자격 미달이다. 누가 봐도 그가 잘못한 일이라 하더라도 당장 그에 대한 지지와 응원의 말을 하는 것은 그를 안도하게 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팩트는 그가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일 때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다.
늘 팩트를 이야기하는 것은 뉴스 앵커이고, 그게 항상 옳은 방법이 될 수는 없다.
부모님이 그녀가 세 번 잘못한 후 (물론 그녀가 아버지의 지시사항을 어긴 것은 잘못이며 이게 팩트다.) 한 번 용서해 주셨다면, 우산을 가져다주지 못한 부모님의 피치 못할 속사정을 표현하고 딸에게 양해와 용서를 구했다면, 그녀가 공감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 아래 링크 참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https://brunch.co.kr/@magnet/9
성향이 다른 아내와의 경험담을 토대로 연재합니다. 핑크빛 러브스토리보다는 인간 본연을 탐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istop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