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마지막 쉼터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낡은 2층 건물이 있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곳을 찾는 존재들은 모두 알았다. 그곳이 바로, 고양이들의 마지막 쉼터라는 것을….
건물에는 간판이 없었다.
지붕 위 커다란 고양이 형상이 조용히 숲을 내려다보고, 오래된 굴뚝에선 하얗고 가느다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2층은 죽은 고양이들의 영혼이 잠시 머무는 쉼터였다. 고양이들은 이 곳에서 살아서 누리지 못한 평안을 비로소 누렸다. 따뜻한 바닥, 포근한 이불, 은은한 약쑥 향기….
그래서 고양이들은 이곳을 ‘찜질방’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마지막 꿈을 꾸었다. 그리고 다음날, 베란다에 걸린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죽은 고양이들의 영혼을 이곳까지 데려오는 길잡이들을 ‘저승냥이’라고 하는데 고양이들끼리는 줄여서 ‘승냥이’라고 불렀다
지둥이는 그날, 신입 승냥이가 되었다. 정식 승냥이는 아니었다. 염라대왕의 특별 채용, 이른바 ‘낙하산’이었다.
지하 1층은 승냥이들의 숙소였다. 거실은 넓었고, 바닥은 늘 뜨끈뜨끈했다.
승냥이들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 따뜻한 자리에서 잠들 수 있었고, 막 들어온 신참은 구석진 자리에서 몸을 말아야 했다.
한쪽 구석엔 얼음방이라고 불리는 ‘징벌방’이 있었는데, 그 앞의 차가운 바닥이 바로 ‘낙하산’ 지둥이의 잠자리였다.
1층에는 매점과 사료 창고가 있었다.
매점 주인은 뚱뚱하고 정 많은 아줌마 고양이였다.
허둥이는 낮에는 이승을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찜질방에 돌아왔다. 그의 잠자리는 매점 안쪽에 마련된 작은 칸막이 안이었다.
이곳이 이제부터 허둥이와 지둥이의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자정이 되기 전 딱 30분만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던 둘에게 염라가 내린 또 하나의 벌이었다.
그날 밤 11시 30분, 허둥이와 지둥이는 매점 앞에서 저승에서 내보내진 뒤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잠시 후, 매점 아줌마가 사료 그릇을 가져와 툭 내려놓았다.
“꼬르륵…”
허둥이와 지둥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입 안엔 침이 고였지만, 입에 넣은 사료는 오물오물거려도 잘 삼켜지지 않았다.
매점 아줌마가 한숨을 쉬며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턱으로 가리켰다.
“30분 남았어. 빨리 먹어. 나도 씻고 쉬어야 해.”
배는 고팠지만 사료는 맛이 없었다. 둘은 억지로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오늘 겪은 일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덧 11시 50분.
매점 아줌마가 반 넘게 남은 사료그릇을 힐끗 보더니 벽을 가리켰다. 거기엔 큼직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료 남기면 한 알당 얼음방 10분」
허둥이와 지둥이는 사료그릇과 얼음방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추운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에게 그곳은 작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추위라면 기겁을 하는 지둥이가 먼저 사료를 다 먹고, 빈 그릇을 매점 아줌마에게 가져다 주었다.
“특식은… 없나요?”
지둥이가 눈을 끔벅이며 물었다.
아줌마는 헛웃음을 흘리며 그릇을 받았다.
“일 잘하고 오면, 가끔 줄 수도 있어.”
그때, 허둥이도 빈 그릇을 가져왔다.
“저는… 저녁부터 여기서 일해야 된다던데… 아줌마는 이름이 뭐예요?”
아줌마는 그릇을 받아들며 대꾸했다.
“그냥이야.”
“네?”
“뭐라구요?”
두 고양이가 동시에 되물었다.
아줌마는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이라고. 거 참 말 많은 녀석들일세. 그냥이면 그냥이지, 무슨 이유가 필요해?”
매점 아줌마, 아니 그냥은 그릇을 설거지통에 넣으며 허둥이를 보았다
“이름이 허둥이라고? 오늘부터 네가 뒷정리해.”
그냥은 행주에 젖은 손을 닦고, 조용히 방 안으로 사라졌다.
그때, 벽시계가 댕~ 댕~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허둥이와 지둥이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가야겠다.”
지둥이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서로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래도, 오늘이 끝나기 전에 마주 앉았던 그 짧은 시간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
지둥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허둥이를 쳐다보고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허둥이는 지둥이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작게 속삭였다.
“잘 자…”
계단 아래, 어둠과 온기 사이로 지둥이의 꼬리끝이 살짝 흔들렸다.
그렇게 기묘한 찜질방의 첫날 밤은 천천히 깊어져 갔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