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거울을 깨고… 거울을 받다

by 부지깽이

사람은 죽으면 저승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염라대왕을 만나 심판을 받는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심판하는 염라에게도 은밀히 아끼는 취미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집무실에서 일하다 방으로 돌아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염라에게는 두 마리의 반려묘가 있었다.

한 마리는 하얀 고양이 허둥이,

다른 한 마리는 까만 고양이 지둥이였다.



이들은 1년 전 어느 가을, 염라가 머리를 식히러 이승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길거리에서 흙 묻은 생선을 놓고 싸우는 것을 보고 데려온 고양이들이었다.


저승에 와서도 티격태격 싸우던 둘은 어느새 정이 들어 염라의 발치에 엎드려 함께 졸기도 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허둥이와 지둥이는 못 말리는 사고뭉치였지만, 염라에게는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었다.

둘의 이름은 본래 이름이라기보다는 별명에 가까웠지만, 둘 다 그 이름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날도 허둥이와 지둥이는 염라가 일하는 방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죽은 자들의 전생을 들여다보는 둥그런 거울, ‘전생 거울’이 놓여 있었다.


“나 잡아봐라!”

“잡으면 털 몽땅 뽑는다!”


둘은 깔깔대고 웃으며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쿵! 그만 거울을 발로 차고 말았다.

거울이 흔들리더니, 쩍— 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쨍그랑!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염라는 깨진 거울 조각들을 내려다보았다.

무거운 숨을 한 번 내쉰 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허둥이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 혹시 새 거울은 없나요?”

지둥이는 염라를 바라보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염라는 깊은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이놈들아, 내가 몇 번을 말했느냐… 이 방에선 장난치지 말라고.”

잠시 후, 염라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선언했다.

“너희를 사랑한다. 하지만 벌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너희는 이곳을 떠나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가거라. 그곳에서 죽은 고양이들의 영혼을 무지개다리까지 안내하는 일을 맡아라.”


염라는 허리를 펴고, 고양이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야. 괜히 장난치다가 영혼이 흩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그 땐, 너희도 이곳에 돌아올 수 없을 거다.”


그는 발치에 흩어진 거울 조각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뾰족한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작은 가죽끈에 꿰어 들고 말했다.


“이 거울은 세 번 울린다.”

허둥이와 지둥이는 숨을 죽인 채 염라의 입을 응시했다.


“첫 번째 울림은, 죽음이 가까워진 고양이의 기척을 알리는 것이다. 떨림은 작고 조용하지만, 딱 한 방향으로만 퍼진다. 그 떨림을 느끼는 건 너, 허둥이. 너는 그 떨림을 따라가야 한다.”

허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울 조각을 가만히 올려다 보았다.


“두 번째 울림은, 고양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그때가 너, 지둥이가 나타날 차례다. 영혼은 그 몸에서 빠져나오고, 너는 그 영혼을 마지막 쉼터까지 무사히 데려다 줘야 한다. 몸을 떠난 영혼이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함께 걸어라.”

지둥이는 꼬리 끝을 살짝 말아 올렸다. 숨을 죽인 채 염라를 바라보는 눈엔 긴장과 떨림이 깃들어 있었다.


염라는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세 번째 울림은, 첫 번째 울림이 있은 지 30분이 지난 순간이다. 그때부터 너희에게 남은 시간은 단 3분.

그 안에 육신을 찾지 못하면, 영혼은 흩어진다. 흩어진 영혼은 돌아올 수 없고,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도 없다.”

염라의 말에 허둥이와 지둥이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직감했다.

자신들이 실패하면 누군가의 마지막이 영영 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염라는 깨진 거울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에 너희가 안내해야 하는 영혼은 일곱이다. 사람은 죽으면 요단강을 건너 이곳으로 온다고 하지. 동물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온다. 무지개가 일곱 빛깔이니, 일곱 영혼을 모두 무사히 안내하면 거울을 깬 실수를 용서해 주마.”


말을 마친 염라는 조용히 두 고양이에게 다가가 허둥이의 목에 거울 조각이 달린 끈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물러서며 마지막 당부를 건넸다.


“이건 벌이지만,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떠나거라. 부디 임무를 잘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거라.”


말이 끝나자, 염라가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철컥!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집무실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빛도 그림자도 없는 문 너머로, 서늘한 바람 한 줄기가 스며들었다.


허둥이와 지둥이. 그들은 그렇게, 죽음을 앞둔 친구들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이승과 저승의 하늘 사이에 희미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 본문에 삽입된 이미지는 직접 작성한 프롬프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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