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주면 안 돼?
나의 새벽은 고요하고…….
사랑하는 시간이 돌아와서 다시 앉았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걱정은 끝도 없이 깊어지지만 그래도 생각할 수 있어서 기뻐. 너를 그리고 너를 생각하고 너를 떠올리는 밤이 오면 나는 우리의 시간들을 생각한다. 한 때는 우리의 것이었던 시간을. 네가 보고 싶어. 네가 그리워. 조용히 발음하면 입 안에서 뭉개지는 단어들. 가끔 너의 꿈을 꾸곤 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을게. 네가 보고 싶은 것을 가리지 않을게. 돌아와 주면 안 돼?
짧은 문장 몇 마디에 나는 그리움을 잃었어.
보고 싶어 해도 괜찮아? 그리워 해도 괜찮아? 너를 불러도 괜찮아?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아서 더욱 마음놓고 앓는 시간. 꿈을 동그랗게 빚어 놓는 시간. 나의 새벽에 나는 일어난 채로 꿈을 꾼다. 이 시간을 사랑했지. 고요하게 가라앉는 시간들을. 모든 것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 현실이 아득해지는 이 시간을 사랑했다. 현실에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꿈만 꾸며 살고 싶었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생각해. 달라질 수 있었을까. 변할 수 있었을까. 지금과 다를 수 있을까. 보이고 싶은 것을 꺼내 놓고 보이고 싶지 않은 것도 네가 알아 줬으면 싶었지. 네가 내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설령 그게 사실과 다르다 해도 너는 아마 받아 주는 시늉이라도 했을 테니까. 지금도 나는 네가 나의 모든 것을 알아 주길 바라. 돌아와 주면 안 돼?
알아. 너는 오지 않을 거야.
나의 모든 문장이 너를 향한 것임을 고백하고 싶어. 네가 나를 사랑해 주면 좋겠다. 네가 나를 알아 주면 좋겠다. 네가 나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 네가 나를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다. 한 번이라도 나를 떠올려 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해. 나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랑의 문장은 얄팍하고 가엾다네.
그리움의 문장은 눅눅하게 젖어 나는 이제 우리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 네가 보고 싶어 네가 그리워, 중얼거릴 때마다 흩어지는 시간들. 그 때도 나는 새벽이었고 너는 항상 나의 새벽이 돼. 이 시간을 나는 사랑해 마지않아서 내가 사랑하는 시간에 나는 너를 떠올리고 너를 기억하고 너를 추억하고 너를 사랑하고… 너를. 돌아오지 않는 너를 마음껏 사랑한다고 목 놓아 고백하고 들리지 않으니까 닿지 않으니까. 저열한 낱말들을 전시한다. 네가 한 번도 나를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나에게 돌아올 여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는 너를 더욱 강렬히 앓을 수 있으니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로맨틱하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걸까? 그저 네가 그리워. 그 뿐이야.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급하게 떠올리는 문장들을 항상 얕고 얇아서.
이 얄팍함으로 감히 너를 앓아도 되는 걸까 나는 항상 슬퍼.
나는 너를 앓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고 나는 너를 떠올리고 나는 항상 너를…….
한없이 마음이 얕아지는 기분이야.
너는 나에게 한 번도 제대로 말을 걸어 준 적이 없었지. 너는 항상 허공에 중얼거렸다. 나는 그 문장들이 나에게 향하길 기대하면서 너에게 계속 말을 걸었고. 너에게 매달리는 것은 즐거웠어, 나는 너를 마음껏 앓을 수 있었고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찾아와 주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고 있었을까? 좀 더 서로에게 깊어지는 순간 파괴되는 관계를 보고 있어. 알아,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결코 너와 나는 우리가 될 수 없음을.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문장들로 추억하는 이상한 순간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지 못하는 이 어수선함을. 항상 난잡했다. 너를 떠올릴 때마다 듬성듬성 떠오르는 기억들을 나는 손 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어쩌면 좋아. 기억하려 할 때마다 훼손시키는 기분이야. 망가지는 기분으로 너를 그린다. 모든 것이 조잡해져서 나는 이제 네가 돌아오면 죄책감 외에 아무것도 줄 수 없을 거야. 나는 네가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 그래서 자꾸만 돌아오는 너를 상상해. 입 안 가득 머금은 미지근한 물방울을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그래서 한 마디도 할 수 없어.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어떻게 아름다운 일이 될 수 있을까. 포장을 해 봐도, 어떻게 포장을 해 봐도. 돌아와 주면 안 돼?
벌을 받아야 하니까.
서툴게 그리워한 벌을 받아야 하니까. 네가 오면 나는 죄책감으로 너를 보지 못할 테니까. 말을 걸지도 못하고 서성이면서 끝도 없이 주변 가장자리만을 맴돌면서…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네가 사랑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거듭 다짐하고 싶었지만. 네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랐어. 그랬었어. 모두 한 때의 일이 되었지만. 그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야?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어. 지금도 네가 돌아온다면…을 상상하는 나는 아직도. 아직도 그 시간에 붙잡혀서 한 구석을 말뚝처럼 못질하고 떠나오질 못해서. 너는 떠났을까? 너는 떠났겠지. 너는 훌훌 털어버리고 훨훨 날아갔겠지. 잔인하게도. 나 같은 건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떠났겠지. 행복하니? 나는 묻고 싶어. 너는 나 없이도 행복하니. 네가 없어서 내가 불행한 게 아닌데. 네가 없어서 내가 행복하지 못한 게 아닌데. 돌아와 주면 안 돼?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고 아무것도 맹세할 수 없고.
그래서 너는 돌아오지 않는지도 몰라.
나는 너에게 줄 수 있는 게 더러움밖에 없어서 이런 지저분한 마음밖에 없어서 그래서 너는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고해하는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너는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 나는 그리워서 노래를 부르고 서툴게 흩어지는 음표들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앓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시간을 버리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 그런데 지나간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 나는 두려워. 이 순간이 지나간 다음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
네가…….
네가 남겨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너는 내가 너를 훼손할 줄 알고 너를 지워버렸지. 너를 그리워한다는 얄팍한 이유로 남겨진 너를 마음껏 훼손할 줄 알고 사라졌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너를 그리워 하는 것은 잊힌 기억들을 헤집는 것처럼 비참하고… 쓸쓸해. 네 부재를 메우기 위해서 나는 그림자를 삼켰다. 그늘진 것들만이 남았다. 내 안쪽을 들여다보면 깊은 구멍이 있고 그 구멍에는 물컹한 어둠이 그득하게 고여 있고 손가락을 세워 푹 찔러보면 말캉하고 말랑해. 머금었던 물처럼 미지근하고 뜨끈하다. 손가락에 묻어나오는 어둠을 입술을 모아 핥으면 쓰고 달콤한 것이 입 안에 미적지근하게 맴돌아. 이건 이상한 일이다. 나는 조금도 너를 미워하지 않는데……. 사소한 것에도 설레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네가 없는 순간마저도 나에게는 너였어. 나는 무언가를 떠올리려 애를 쓴다. 그 시간, 그 때, 그 순간. 모든 것이 갑작스럽게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어. 사소한 글자들로 만들어진 우연이 운명이라고 믿었다.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았어. 실상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믿었다. 너를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너를 알아서 다행이야. 너를 앓아서 다행이야.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어, 너를 사랑하는 나를 나는 제법 사랑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내가 좋았어. 나를 좋아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어.
순간의 부재와 부재의 순간.
돌아와 주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