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의 섬뜩함이

내 문장의 섬뜩함이 네 가슴을 갈라놓으면 좋겠어.

by 민트박하






내 문장의 섬뜩함이 네 가슴을 갈라놓으면 좋겠어.



살면서 다시는, 이라고 다짐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나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고 확언할 수 없어서 다시는, 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노력하고 있을 뿐이야. 다시 그러지 않도록,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나는 애를 쓰며 이를 악물고 버틸 뿐입니다.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삶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증거입니다. 고양이를 책임지기 위해서 한 생명을 내가 도맡아 살피기 위해서 나는 고양이를 키웁니다. 고양이가 있는 한 나는 다시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약속하는 것. 설령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 하더라도 지금만큼은 나에게 이렇게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내가 나에게 하는 약속은 언제라도 어길 수 있기에 지킬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약속을 어겨도 된다는 것.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입니다. 망가뜨릴 수 있는 것은 망가뜨리고 싶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것은 포기하고 싶습니다. 그럴 수 없는 것이기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간이 오는 때를. 그 순간이 온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망가뜨리고 주저 없이 포기하고 주저 없이 망쳐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에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삶을 책임진다는 것이 나에게 버겁습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의 삶이 버겁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어지럽게 흩어진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고양이를 쓰다듬어줘야 합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고양이를 쓰다듬어줘야 합니다. 물을 마시고 잠시 누웠다가 고양이를 쓰다듬어줘야 합니다. 고양이가 울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움직입니다. 울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합니다. 울지 마, 내가 너와 놀아주지 못해도, 내가 너를 쓰다듬어주지 못해도. 내가 너를 안아 주지 못해도 울지 마.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계속 울고 있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고, 밥을 먹을 때 옆에서 지켜봐 줍니다. 오늘 하루도 고단했지만 고양이가 있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남았습니다.


다시는, 이라고 약속할 수 없기에 나는 그저 지금의 나에게 한 끝을 살짝 걸어놓고 속삭임처럼 혼자 중얼거립니다. 약속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참을 수는 없지만 견딜 수는 있어서 간신히 견디고 살아 남는 것. 살아 있는 것. 그것이 내가 간신히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동안만큼은. 고양이가 나와 함께 지내 주는 때 만큼은.


삶에 약속을 걸어 놓습니다. 여린 생에 여린 생을 또 겹쳐 놓습니다.


내가 이 삶을 놓는 순간은 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다음 날이면 좋겠어. 내가 이 삶을 끝내는 순간은 네가 마침내 돌아가는 다음 날이면 좋겠어. 네가 하루 먼저 가서 나를 기다려 주면 좋겠어. 하루라도 먼저 간 너를 쫓아 내가 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거짓말처럼 편해집니다. 약속된 끝이 있다는 것. 예정된 결말이 있다는 것. 그렇기에 오늘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사람은 끝이 있기에 살아가는 걸까요. 끝이 없어서 지치는 걸까요. 나는 오늘도 끝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나에게 끝을 약속해 주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찍을 수 없는 마침표를 가지고 있어서 구구절절 문장을 이어 나갑니다.


삶에 이유가 없다면 하나 만들어 가지자.


이유 없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나쯤 만들어버리자.


고양이를 만집니다. 고양이를 쓰다듬습니다. 고양이와 놀아줍니다. 끝에 반짝이는 셀로판지가 붙은 막대기를 마구 흔듭니다. 고양이가 팔을 흔듭니다. 따끈하고 말랑하고 작게 콩닥이는 심장이 내 곁에 살아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어서 살아 있는 것인지, 네가 살아 있어서 내가 살이 있는 것인지. 우리는 그렇게 삶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시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나누어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나누어 먹는 것은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이루어진 너를 사랑해. 그래서 나는 살아야 해.


아무것도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어떻게든 살고 있는 나는 이 세계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변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랑하고 따끈한 너를 사랑해. 살아있는 너를 사랑해. 나를 살게 하는 너를 사랑해. 어쩌면 살아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하기에 사는 것인지, 살아 있기에 사랑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은 나를 깨지게 하고 부서지게 하지만 단 하나만큼 나를 해치지 않는 것이 있기에 살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살고 싶어서 이유를 갈퀴처럼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한 때는 엄마였고, 한 때는 돈이었습니다. 한 때는 고양이였고 지금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나는 살아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고, 그 흔적으로 누군가에게 남고 싶습니다. 나는 남아 있고 싶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유를 하나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