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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Jan 05. 2024

새해엔 신해철의 리부팅

가짜 성장 일지 #004


소원을 비는 때가 있다. 생일 초를 부는 순간,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그리고 1월 1일을 앞두었을 때. 나는 언제가 가장 강력했을까? 그리고 그게 정말 유효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1. 신해철의 첫 번째


매년 듣는 강연이 하나 있다.  살아생전 그가 했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공개한, 그의 강의 ReBOOT다. 43분짜리 강연인데 매 분 매초 너무나 아깝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담배의 유효성’에 대한 부분이다. 일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흡연을 하게 되는데, 그 흡연하는 행위가 정말 작업에 유효하냐는, 그의 질문이다. 그가 강연에서 나눈 그 질문에 내 마음에 콕 박혀있다. 나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부 ‘스트레스 절감 행위’가 내게 정말 도움이 되었나?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나? 잠깐 숨을 돌리기 위해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단 것을 먹는다거나, 동료와 고민을 터놓는 행위가 도움이 되었을까?


신해철은 그 부분에 대해 그만의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면 도움이 되도록 스스로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약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흡연’을 하였지만 그게 집중도만 낮추고 결과물의 퀄리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몰아서 한 번에 (휴식과 함께) 경험하라고 이야기했다. 중간중간 쉬는 것이 아니라, 몰입 후 ‘나만을 위한 휴식’을 취하라는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그 끝엔 나의 휴식을 다시 평가하고자 하는 나의 의식이 남아있었다. 그때 나의 소원이 하나 생겼었다. ‘나의 휴식 모멘트를 정확히 알고, 나만의 방식으로 100% 쉴 수 있는 어떤 것을 알려주세요’라는 소원 말이다.   


2. 신해철의 두 번째


그의 휴식 이야기는 곧장 Reboot로 이어졌다. 리부팅을 해야 하는 이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가장 리부팅을 많이 하는 순간에 대해 언급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가장 ‘많이 ‘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새해를 꼽았다. 1월 1일, 나는 무엇을 하겠다, 무엇이 되겠다 하는 소원을 빌며 다 같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 말이다. 컴퓨터가 리부팅을 하며 자기 자신의 기본 상태로 되돌아 가 ‘가장 퍼포먼스를 잘 낼 수 있는 효율성’을 되찾듯, 사람들은 매년 1이라는 숫자 앞에서 기본 상태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날에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겠다는 <소원>도 빌게 된다. 인간 스스로 리부팅을 하며 자기만의 목표를 스스로 외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에 가장 좋은 컨디션을 얻게 되는 셈이다.


나는 나의 소원을 ‘효과적인 리부팅’으로 삼았다. 현재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미래에 도움이 되는 ‘리부팅 방법’을 찾고 습관화하는 것까지 말이다. 인간이 가장 짧고 간단하게 리부팅하는 행위를 ‘한숨 쉬기’라고 정의 내렸던 그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이미 몸속 어딘가에 습관처럼 남아이는 ‘한숨 쉬기’ 만큼, 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리부팅 방식을 찾고 싶기도 하다.   



3. 신해철의 세 번째


하지만 그렇게 잔뜩 목표지향적인 사람들을 감화시킬만한 이야기를 한 그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남긴다.


“우리는 태어난 것 만으로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은 보너스 게임이다. 목표를 이미 달성했으니 신이 준 선물이다”


효율적인 리부팅 방식을 고민하던 내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말이었다.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다. 스스로 만든 다음 부수고, 다시 처음부터 재조립하는 것을 중시하던 그의 관점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말하기라고도 생각했다. 얼얼하게 맞은 나의 뒤통수를 붙잡고 나는 나만의 소원을 잠시 접어두어야 할까 고민한다. 잘 쉬게 해 주세요,라는 그 소원정도는 빌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잔뜩 담아서 말이다. 그리고 다시 그 세 번째 이야기를 한 신해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유튜브를 켠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생명체에게 주어지는, ‘삶’이라는 선물을 가졌다고 말해주는 확신에 찬 이야기를 한번 더 듣고 싶어서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57iG3OOx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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