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매시 앤 그랩, 치고 잡는다.
한 로봇은 쳐내고 또 다른 로봇은 그걸 잡아서 자신들을 쫓아오던 적들을 부숴버린다. 몇 번 그렇게 성공했지만, 따라오던 적들에게 피해를 받게 되자 더이상 '스매시 앤 그립' 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자가 동력원을 포기하여 적을 최종적으로 물리친다.
그 두 로봇 앞에 놓인 것은 단 한 개의 자가동력원 뿐이다. 두 로봇은 그 하나를 사이좋게 사용하는 대신,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다. 그렇게 그들은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야만 하는 사이'가 된다.
삶에서 나와 같은 편이 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는 그게 굉장히 쉽다고 느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면, 상대방 중 몇몇은 나의 행동에 응답해주었다. 그렇게 나와 같은 편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내 자신이 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써버린 나는 그들과의 관계에서 종종 에너지 부족을 느끼며 삐걱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알아서 채워주는 것' 뿐이었다.
팔 하나를 잃은 로봇과 같은 상태다. 운이 좋게도 내 주변인들은 자신의 자가 동력원을 나에게도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 주변인들이 나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팔 하나를 잃은' 채로 영화 속 첫 장면, 채굴 장소로 다시 끌려갔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가둬져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말이 되어서 그런가, 내 주변인들에게 더 많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팔 하나가 없는 로봇의 상태였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수 많은 사람들 말이다. 누구는 나에게 찾아와 '잃어버린 팔 하나'를 주겠다고 했다. 누구는 에너지원이 없는 나에게 '에너지를 주겠'다고 했다. 그도 아니라면 옆에 가만히 있어주겠다고도 했다. 내 팔이 없어진 이유를 가만히 들어준 사람도 있었다. 자기도 팔 하나를 잃었다며, 자신이 어떻게 그 팔을 잃어버렸는지 이야기를 해준 사람도 있었다.
이 모든 사람들 덕분에, 나도 영화 속 로봇들 처럼 자유를 찾을 수 있었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