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기가무사해 다행이라고 느낀 출산 3일차. 아내가 급작스럽게 아팠다. 제왕절개 수술 후 일어서는 것부터 아픈 것과 별개로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왔다. 출산 후 모유가 차면서, 가슴 통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모유가 차는 것은 꽤 걸릴수 있다 생각했다. 한 달 먼저 출산했기에 몸에서 인지하는 것이 늦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빠르게 출산을 인지했다. 아내의 몸은 엄마로 거듭나고 있었다.
첫 10ml 초유 만들기
아내의 아픔을 해소 할 수 있는 방법은 유축뿐이었다. 직접수유는 불가능했다. 이른둥이로 태어나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있었다. 중환자실은 간호사님들이 분유를 주거나 산모가 유축수유 전달만 가능했다. 더구나 아기는 신체적으로 아직 덜발달된 부분이 있어 음식을 전달하는 호스를 부착한 상태였다. 우리는 급하게 병실에서 모유유축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초유는 매우 중요했다. 유튜브에서 의사가 출산 후 일정기간 나오는 초유는 이른둥이에게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 영양분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아내와 나는 아기를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유축을 열심히 준비했다. 유축기에 필요한 준비물 깔데기, 유축팩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익숙치 않지만 열심히 기계를 아내의 몸과 연결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10ml 남짓한 첫 초유를 만들어냈다.
초유를 더 만들기 위한 몸부림
10ml 작고 작은 양이었다. 그러나 10ml도 우리는 소중했다. 아기가 건강히 세상에 나올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함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유축할 필요가 있었다. 2~3시간에 한번씩 먹기 위한 양을 충족시켜야 했다. 아내가 유축을 할동안 나는 유축 관련도구 세척, 유축기 대여 등을 담당했다. 아내는 아기를 위해 가슴을 모두 내어줄 각오로 유축을 했다. 그리고 아내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3시간텀으로 유축수유를 했다. 나 역시 무엇이든 할 각오로 적극적으로 임했다. 병원생활에도 힘들기도 했지만 아기가 병원을 나와 우리의 품안에 들어올 그날을 꿈꾸며 병원생활을 보냈다. 밥도 간식도 잘 챙겨먹었다.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산책도 꾸준히 하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건강한 것이 아기의 건강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무엇이든 해낼 기세였다.
병실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
10, 20, 30 점차 유축양은 늘어났다. 아내의 몸도 간절한 우리의 마음을 느낀듯 했다. 또한 우리의 열정에 보답하듯 아기도 정말 조금씩 몸무게와 발달이 미진한 부분들도 충족되어갔다.아내와 나의 노력은 매우 미미한 것처럼 보일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기를 위해 애쓰는 것은 아기에 대한 부모로 드는 책임감이자, 병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물론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했다는 미안함은 남았지만 부모로 해줄수 있는 일을 무엇이라도 있어서 뿌듯했다. 아내는 회복되며 5박6일의 기간으로 퇴원이 예상됐다. 혹시나 기적적으로 아기와 같이 퇴원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면서 한방울의 초유라도 더 전해주고 싶었다.
아기를 병원에 맡기고 가야했다
결과적으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결국 퇴원을 먼저 했고, 아기는 남았다. 아기를 두고 간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초유를 많이 전달하고 퇴원했던 점이다. 10ml에서 시작한 유축이 하루를 온전히 먹일 수 있을 240ml 이상을 누적해 전달했다. 처음해보는 모유 유축임에도 꽤 많은 양이었다. 우리가 아기를 향한 마음과 노력의 결과였다.
모유는 이른둥이든 아니든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른둥이에게는 미숙한 성장을 돕는 값진 의미를 지닌다. 이른둥이 부모로 가졌던 첫 아기 건강에 대한 희망은 모유로 시작됐다. 그 희망의 끈을 잘붙잡고 버텨준 아내가 대단하고 항상 고맙다. 아내는 오랜만에 집으로 가서 가장 먼저 한 일도 유축이었다. 이렇듯 아기의 건강이라는 작고 평범한 희망이 나와같은 이른둥이 부모에게는 간절하다. 그 시작은 초유였고, 100일이 지난 현재 건강한 아기로 거듭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