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5박 6일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했다. 퇴원후 산후조리원을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내는 거부했다. 대신 아내는 며칠간 집에서 보내는 것을 선택했다.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고민이 있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을 존중했고, 나는 그 선택과 함께 나대로 최선을 다해 아내와 아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아내의 거부 이유 1. 복잡한 마음
아기와 같이 퇴원이라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자 아내는 아기 없이 산후조리원에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이 들 것 같다고 했다. 우울하고, 아기가 보고 싶고 등 심경이 복잡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도 산후조리원에서 다른 엄마들은 아기와 동실을 하기도 하는 모습에 아내가 마음이 위축될 것 같았다. 나도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다만 집에서 아내가 몸을 회복하는 데 불편이나 어려움을 느낄까 걱정이 됐다. 더구나 내가 아내 옆에 있을 수 있는 휴가도 평일 2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는 주말을 포함해 3박 4일만 집에서 몸조리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산후조리원도 일요일 입소가 가능한 곳이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아내의 거부이유 2. 아기 돌보기 스킬을 배우기위해
산후조리원이 몸조리만 하는 곳은 아니다. 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케어방법을 듣고 배울 수 있다. 더구나 아내는 모유수유를 선택했다. 모유수유는 아내의 몸과 연관되어 전문가에게 수유나 관리를 배워야 했다. 아기가 없으면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내는 최대한 아기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벌고자 당분간 집에서 머물기로 한 것이다.다행히 아기는 1주일 정도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다. 아기의 특성이나 수유방법 등을 아내는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안아주는 것도 어려워했지만 곧잘 해낼 수 있었다.
3박 4일 아내와 함께한 산후조리
아내와 3박 4일을 집에서 함께 지냈다. 최대한 찬바람 맞지 않도록 했고, 요청한 것도 최대한 다 들어주었다. 또한 신생아 관련 보험, 행정 업무, 작명소 방문 등도 같이 의논하며 하나씩 해결했다. 물론 몸이 편치 않은 것을 알기에 최대한 아내를 배려하려 했다. 집안일도 내가 도맡아 했다. 다만 아내가 산후조리원을 미룬 것이 마음 한편 걸렸다. 우울할까 싶어 평소보다 더 기분 좋게 해 주고자 노력했다.
아내는 생각보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아내가 앓았던 임신중독에 의한 고혈압 증상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아기도 점차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성장했기에 더욱 회복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집에서 산후조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내는 희생을 선택했다. 아기와 나를 배려한 선택임이 느껴졌다.
3박 4일 이후 1주일
짧은 듯 길었던 3박 4일이 지나고, 아내는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다. 나는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것이 마음이 놓였다. 아내는 나름대로 바쁜 산후조리원 일정을 소화했다. 아기가 올날을 기다리며 몸을 회복하고, 꾸준히 유축하고, 전문가와 상담했다. 나도 바쁘게 지냈다. 퇴근 후 저녁마다 조리원에 찾아가 잠깐이라도 아내 얼굴을 봤다. 아내가 우울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아내를 보며 하루하루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아기와 아내를 집으로 맞이할 준비를 했다. 선물 받은 아기옷 빨래, 침대 조립, 택배 언박싱 등 아기를 만나기 위한 기다림을 보람차게 채웠다.
고대하던 아기의 퇴원
아내의 선택은 옳았다. 아내의 산후조리원 입소 후 8일이 되던 날 아기는 퇴원했다. 아기도 산후조리원에 입소했다. 3박 4일이 없었다면 거의 끝날 쯤에나 입소하여 애매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약 1주일간 아기는 산후조리원에서 케어도 잘 받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 역시 마음이 놓였고, 더욱 아기와 아내를 맞을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
아내의 선택은 위대했다. 아내가 짧은 순간 엄마로 보여준 결정은 존경스럽다. 나였다면 당장 산후조리원을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바로 산후조리원을 갔어도 틀린 선택은 아니다. 다만 아내가 특별했던 것은 그러한 내색 없이 아기를 기다렸고, 부족한 내 케어에도 만족하고 고마워했던 그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