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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Oct 24. 2021

좌충우돌, 엉망진창 그리고 견뎌내기

회복 일지4

::회복 일지4::

 좌충우돌, 엉망진창 그리고 견뎌내기

.The Sundance Kid(Robert Redford) sketch.



사진 모사, Date : 2018.10.30. (2min)


사진 모사, Date : 2018.10.31. (52min)


사진 모사, Date : 2018.11.02. (36min)


사진 모사, Date : 2018.11.03. (1h 32m)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 스케치.



.일지3 2018_1030/1031/1101/1102/1103 + 엉망진창, 좌충우돌 그리고 견뎌냄


1. 작업일 별 상황 기록


2018.10.30. (2min)
10월 중에 단 하나의 스케치라도 하기 위해 어서어서 스케치 시작. 하지만 곧 집안일 발생해서 바로 중단. 급한 마음에 그림을 저장하지 않고 컴퓨터 종료. 하하하. 인생이란...

2018.10.31. (52min)
스케치를 새로 시작하기 싫어서, 녹화된 영상화면을 캡처capture해서 이미지 파일을 만듦. 처음 생각은 갈색 선으로 대강 가이드 스케치를 한 후에, 회색 선으로 초벌 스케치를 해서 마무리(그것으로 완성) 하는 것이었음. 그러나 초벌에서 왼쪽 인물을 그린 직후부터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 게다가 오른쪽 인물의 가이드 스케치가 상당히 엉망이어서, 초벌 스케치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가이드 스케치하는 것으로 이번 시도는 마무리.

2018.11.01 (사진 없음, 15min)
엉망인 스케치를, 채색을 하면서 고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출항. 대항해大航海에 알맞은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서 항해(그리기) 시작. 원대한 항해의 과정을 기록할 ‘화면 녹화’도 동시에 진행. 빠밤~ 10여분 후에 나의 전설적인 배(노쇠한 컴퓨터)가 아무 말 없이 멈춤. 나도 멈춤.

2018.11.02. (36min)
현실을 직시하고(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 번엔 ‘그림판’에서 채색을 진행해 보기로 함. 간밤에 꿈속에서 채색 아이디어를 얻었으므로, 자신감이 뿜뿜. 역시, 그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전혀 다른 일.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음. 저기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스멀스멀 다가오는 스트레스에게, “이건 채색 실험일 뿐이야”라고 다급히 외치며, 허둥지둥 이것저것 실제로 건드리며 실험을 해 봄.

2018.11.03. (1h 32m)
파김치가 된 마음을 다독이고 추슬러 다시 도전! 이 번엔 스트레스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선을 긋기 편한 포토샵에서 진행. 그리고 단색으로 스케치 선만 새로 따기로 결정. 단색 스케치이므로 녹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동시 진행. 두근두근. 다행히도 마지막까지 무사히 진행됨. 다만, 친애하는 나의 늙은 PC가 조금만 천천히 가달라고 자꾸 버벅거려서, 스케치를 살살 그리고 천천히 진행함. 그러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림. 완성이 요원함. 따라서 우선은 인물 하나만 완료하는 것으로 일단락. 마침내, 작은 방랑을 종료.




2. 작업 일지

이 번에 모사한 사진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한 장면입니다.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인데요, 왼쪽 인물이 ‘부치 캐시디(폴 뉴먼)’이고 오른쪽 인물이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포드)’입니다. 뭐 그림만 보셔도 다 아시겠지만요(?). :D

애초에는 과정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B.J.Thomas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라는 영화의 유명한 OST 중 하나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해당 영화의 주제와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음악이기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생각보다는 음원이 오래된 것이 아니어서, 아쉽게도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넣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글의 말미에 유튜브의 해당 링크를 첨부 해 놓았으니, 혹 궁금하신 분은 감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휴식 같은 노래이거든요.

그건 그렇고. 이 번에는 마치 말 그대로 (엉망)진창 속을 헤매는, 긴 방랑을 끝낸 듯한 느낌입니다. 고작 인물 스케치만 한 것인데도 말이죠. 이전 같으면 30분 정도면 그릴 스케치를 무려 3시간 17분이란 시간 동안 돌고 돌아 마무리합니다. 5일 동안의 마음고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 것이 모두 앞서 내린 처방전을 무시한 대가입니다. ‘잘 그리려 하기보다 즐겁게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싶은 만큼만 그리세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치료이고 재활임을 잊지 마세요. 무리하면 치료기간 길어집니다.’

잘 그리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과정을 녹화해서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서 보아주시는 분들께 조금의 재미라도 드리고 싶었던 것이죠. 이것은 욕심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 그런 마음이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욕심에 그리고 싶은 만큼이 아니라 정해 놓은 목표에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당연히 무리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떤 재미도 다시금 느낍니다. 도전이 가져다주는 긍정적 흥분이랄까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치료기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타인을 고려한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그것은 동기 부여라는 긍정의 에너지도 더해주지만, 동시에 압박이라는 부정적 저항감도 함께 더해주니까요. 동기 부여라는 득과 압박이라는 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을 위한 수단, 그러니까 도구라는 사실만은 명백합니다. 주객전도. 그것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의 목적은 즐겁게 그림을 그리는 마음을 되살리는 것. 그것을 위해선 어떤 일종의 자기 기준의 문턱을 허무는 일이 필요합니다.

창작을 막는 마음속의 수문장을 휴가 보내는 것이 이 번 스테이지의 목표인 것이죠.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느라 굳어진 수문장의 마음을 휴가로 편히 풀어내도록 말이죠.

쓸데없이 긴 이 일지처럼, 초보에게는 이렇게 간단한 일도 이처럼 대단한 모험으로 느껴집니다. 그 사실이 아주 약간은, 서글픕니다. 그래도 이 번의 좌충우돌을 통해서 하나의 긍정을 재발견합니다. ‘견뎌내는 힘.’ 그것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 그러니까 그림에 대한 사랑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은, 계속 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분들의 고마운 마음이 그런 어린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그래서, 여전히 막연하지만, 다시 한 발,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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