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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Oct 24. 2021

회복은 완성이 아닌 과정

회복 일지9

::회복 일지9::

 회복은 완성이 아닌 과정

사진 모사 - 미완성

Date : 2018.1222/2018.1231~2019.0107/2019.0118~0120,0123~0125 (About 23 hours)




작업 과정



.일지9 2018.1222 ~ 2019.0125 + 회복은 완성이 아닌 과정.


봄이 왔습니다. 계절의 변화나 순서에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긴장 섞인 설렘을 마음 저편부터 차오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마음의 한 구석으로 밀려나 있던 희망은 그렇게 매년 되살아 납니다.

그래서일까요. 봄을 앞둔 어느 날은 회복일지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반년 동안 그림을 다시 그려보려고 꾀나 애를 썼습니다. 7번의 미완성과 2번의 완성이 그 결과입니다. 반년이라는 기간을 생각하면 아홉 번이라는 횟수는 참 볼품없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도 됩니다. 아무튼 더딘 걸음과 빠른 시간을 그렇게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놓치고 있던 사실을 발견합니다.

처음 걷기 시작한 것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즐거움을 회복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일지에, 그러니까 마음에, 초심을 놓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다짐들을 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지나온 길이 가려던 길과는 조금 차이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충실한 회복의 과정이었다기보다는 완성에 대한 집착의 시간이었습니다. 완성해야만 일지가 쓰이는 것은 무언가 잘 못 됐습니다.

회복일지의 첫 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간단히 스케치한 그림입니다. 그림을 관객에게 보이기 위해 전시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인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 길동무들과 대화하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점점 관객의 시선과 전시에 완전히 기울어졌음을, 중간중간 되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깨닫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이번에 올린 그림입니다. 작년 겨울에 그리기 시작했고 20시간 이상을 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깨닫게 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매일 거부감 없이 1시간 정도는 그림을 그리게 되기도 했습니다. 다음 그릴 그림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회복의 시간으로서 전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회복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을 갖추고 자랑하려는 것이 전혀 아님에도 완성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로 인해서 회복과정은 늘어져갔습니다. 작년 12월 말이라는 시간에 붙들려있는 이 그림, 아니 자신의 마음 때문에 전진하던 발걸음을 멈칫거리게 되었으니까요.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치 떨어지지 않는 껌처럼 마음을 붙들어 미래로 더디 가게 한 것입니다.

잘못을 발견했으니 바로 잡습니다. 게다가 이제 회복이 상당히 진행되어서 마무리를 해야 할 시기이기도 합니다. 계절이 때에 따라 변해가듯, 이제 회복을 잘 마무리해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향점으로 시선을 향할 때임을 느낍니다. 회복은 완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니, 그 과정 자체로 이미 충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멈칫거리던 발걸음을 다시 명확히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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