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 Something
'채색을 하면서 붓질은
개성적인 표현법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합니다.
개인의 고유한 필체와 같죠.'
- 이안 로버트, 『미술 구도 이해와 활용』
20190727
이번에 그린 그림은, 꽃처럼 평화롭게 엎드려 있는, 마치 꽃을 닮은 것 같은 사자를 그려보았습니다. 이번 연습에서는 파스텔화를 그린다고 생각을 하고 나름의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디지털 페인팅은 기존의 화구들로 그린 그림과 같은 특유의 질감이나 분위기를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 중에 하나가, 디지털 페인팅만의 표현력도 성숙시키면서, 동시에 기존의 화구들을 사용했을 때와 같은 표현력까지도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파스텔화의 질감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포토샵으로 파스텔화의 느낌을 표현하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결과물에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서 그 나름대로의 배움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과가 있는 연습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연습 결과를 통해서 구도와 주제의 상호관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 1시간 연습은 시간을 제한 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세부적인 것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인 균형과 뉘앙스를 파악해서 주제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림의 전달력을 높이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그런 내용을 이번 연습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끼게 됐습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왼쪽의 그림은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그린 그림의 결과물이고, 오른쪽의 그림은 연습을 마친 후에 더 좋은 구도와 주제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정을 한 것입니다.
정신없이 연습을 마치고서 그림을 보니, 주제인 사자가 부각되어있지 못하고, 주제를 설득하는 역할을 하는 주변의 꽃과 풀들에 섞여 들어서 묻혀있었습니다. 위에서 왼쪽의 그림을 보면 풀과 사자 뒤의 산과 하늘까지 모두 같은 강도로 그려져 있어서 하나의 덩어리로 보입니다.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곳보다 사자를 조금 더 명확히 다음 어서 명확하게 보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자의 머리 위 부위 하늘을 더 시원하고 높게 그려서 사자의 위치를 구도적으로 주제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또 뒤의 산의 색과 형태가 너무 선명해서 주제를 침범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뒤로 물러가도록 채도와 선명도를 낮추어서 표현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들은 사실 두 그림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이해합니다. 보통의 경우에 그림을 그리는 당사자는 해당 그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도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나에겐 큰 차이로 느껴지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의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차이에 애를 쓰는 것은 일종의 만드는 사람의 책임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자신의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이 조리법의 작은 차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말 그대로 '좋은' 요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저도 제가 하는 작업들 속에 가능한 한 거짓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동안 1시간 연습을 해오면서 다행스럽게도 그림을 그리는 고통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또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어떻게 연습해 나가야 할지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이제 또다시 딛게 될 발걸음들을 통해서는, 이왕이면 '잘 그린 그림' 보다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납니다. 너무 먼 곳을 보고 있는 스스로가 보였거든요. 아무튼 일단 잘 그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 그러기 위해서 다시 또 차곡차곡,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