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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도 "나만이 마시는 커피 방식” 괜찮을까?

종이컵 대신 작은 커피잔으로, 나만의 아침 루틴

by 김종섭
아침 쇼파에 앉아 빵 하나와 따끈한 믹스커피가 담긴 작고 둥근 커피잔. 오늘도 익숙한 하루가 조용히 시작된다

언제부턴가 아침이면 빵 한 조각과 믹스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연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미리 사둔 빵 두 조각을 와플기구에 눌러 샌드위치를 만들고, 작고 둥근 커피잔에 믹스커피 한 봉지를 풀어 넣는다.


커피는 늘 믹스이다. 설탕과 프림이 부드럽게 섞인, 달콤하고 익숙한 맛. 난생처음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도 그 맛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블랙커피보다는 믹스커피가 좋다.


생각해 보면, 커피의 향이나 쓴맛보다 먼저 단맛에 길들여졌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도 습관처럼 “설탕 세 스푼, 프림 세 스푼”을 고집하게 된다. 차츰 블랙커피에 익숙해지려 애써봤지만, 결국 입 안에 남는 건 쓴맛뿐이었다.


한때는 이런 취향이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설탕과 프림을 듬뿍 넣은 커피가 세련된 취향과는 거리가 멀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쓴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감각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마실 땐 나도 모르게 블랙을 주문하게 된다.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를 마시며 억지로 맛있게 마셔보려 했던 기억. 그 불편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커피잔도 취향을 닮는다. 예전엔 작고 둥근 잔 하나면 충분했다. 커피의 양보다 향과 여운을 즐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커피도 ‘양’의 시대다. 테이크아웃 컵이 익숙해지고, 믹스커피 한 봉지로는 늘 어딘가 모자란 기분이다. 작은 잔에 담긴 느긋한 시간이,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럼에도 집에서는 여전히 작은 커피잔을 꺼낸다. 양이 적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잔에 담긴 고요함과 시작의 감각이 좋다. 바깥에선 큰 머그잔이나 종이컵이 익숙해졌지만, 집 안에서는 여전히 작은 잔을 고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게 내게는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믹스커피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의 커피다. 그런데 이곳 캐나다에서도 믹스커피를 맛본 캐네디언들은 의외로 반응이 좋다. “달달하니 맛있다”며 믹스 커피의 맛을 이야기한다. 설탕과 프림이 어우러진 그 맛. 어쩌면 우리가 처음 사랑했던 진짜 커피의 맛이 그것이 아니었을까.


아침 식사는 단출하다. 빵 하나와 믹스커피 한 잔. 커피 향은 예전만큼 짙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익숙함과 따뜻함은 여전하다. 이 단순한 조합 속에는 과거와 현재, 기억과 습관이 조용히 녹아 있다.


한때는 커피 한 잔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었다. 다방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자 입맛대로 설탕과 프림을 넣던 시간. 그 대화는 커피보다 훨씬 더 달콤했다. 그런 공간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마음속 어딘가엔 여전히 그 시절의 커피 향이 남아 있다.


오늘 아침도 작은 잔에 따뜻한 물을 붓고, 믹스커피 봉지를 조용히 뜯는다. 잔 위로 피어오르던 김은 금세 사라졌지만, 익숙한 그 맛은 조용히 내 하루를 감싸준다.


커피를 마시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너무 달다고 할 수도 있고, 잔이 작다며 불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 방식이다. 취향과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든 커피 한 잔. 바로 그 한 잔이, 나를 닮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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