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듯 익숙한 풍경,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는 이방인의 시선
아내를 출근길에 배웅하고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우리는 출근길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늘 이 길을 지나친다.
길가에서 나는 캐나다에서 보기 드문, 한국 아파트 모양을 닮은 콘크리트 아파트를 처음 마주했다. 잠시 멈춰 바라보며, 한국 어느 골목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웅장한 유리 건물과 콘크리트 아파트는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이 사는 집은 각 나라의 특색을 담는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나무로 지은 주택이 많아, 이런 아파트는 더 눈에 띈다.
9월 아침, 기온은 20도를 살짝 넘겼지만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다. 길을 걷으며 나는 나무 그늘을 따라 햇살을 피한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아내도 신호등 기둥 뒤 작은 그늘로 몸을 숨겼다.
작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과 작은 쉼터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배려하는 한국의 횡단문화와 쉼터 문화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신호가 켜지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한국처럼 보행자 안전을 위해 빗금무늬가 선명하게 그려진 횡단보도를 떠올리면, 캐나다의 단순한 두 줄 실선은 다소 낯설다. 하지만 차가 우선인 듯 불안했던 한국의 비보호 신호와 달리, 이곳에서는 운전자들이 늘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한다. 작은 차이지만, 일상 속 안전문화의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다.
걷다 보면 월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 쓰이던 카트가 길거리에 버려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사유재산을 무단 반출하면 엄중하게 처벌되지만, 이곳에서는 별다른 법적 제재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잠시 쓰고 버린 것이고, 홈리스에게는 자신의 짐을 싣거나 이동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거리 풍경 하나에도 사회적·문화적 차이가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캐나다의 길 위에서 한국과의 차이를 비교하며 걷다 보면, 작은 풍경 하나에도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아파트 건물, 횡단보도, 햇살과 그늘, 길거리 풍경까지. 사소한 차이 속에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동시에 이방인으로서의 이해가 쌓인다.
한국의 골목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캐나다의 일상이 맞닿은 이 길에서, 나는 두 문화의 경계를 걸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