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월마트 앞 홈리스에게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길거리 방랑자가 된 사람들

by 김종섭

앞 월마트 앞에는 다른 상가나 마트에 비해 유독 구걸하는 홈리스가 많기도 하지만 자주 홈리스가 바뀌기도 한다. 어쩌면 동정심 많은 동네라서일까. 오늘도 낡은 옷차림의 3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젊은이가 컵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에 전혀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좋지 않은 강한 저항의 눈초리만을 남긴 채 월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의 홈리스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 글은 캐나다에서 길거리의 홈리스를 마주하며 겪은 경험과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 이야기이다.

그 홈리스가 딱히 말 못 할 사연이 있어 구걸할 수도 있지만, 동정심을 거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구걸을 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더구나 월마트 정문 출입구로, 명백히 금연구역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누가 동정심으로 그들에게 작은 성의라도 베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 생각의 대상 자체도 사치인 듯한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 그곳은 담뱃값이 비싸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야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어디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왔는지 홈리스들이 다가와 담배 한 개비를 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의 담뱃값이 몇 배 이상 비싸다 보니 자연적으로 담배 인심도 야박했다. 이런 상황을 뒷받침이라 하듯 진기한 풍경이 벌어진다. 길거리 쓰레기통을 뒤져 버려진 꽁초를 찾아 피우는 홈리스들의 모습은 낯선 캐나다 풍경 중 하나이다.


그런데 넉넉하게 피다 버린 꽁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필터 끝까지 최대한 피우고 버릴 정도로, 꽁초의 생명력이 없는 풍경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그 후로 담배를 끊어 더 이상 그런 상황들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담배를 피우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직도 여전하다고 한다. 정부에서 한 달에 홈리스에게 기초 생활비가 지급되지만, 대부분 마약에 써버리고 다시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쇼핑몰이나 식당가 문을 열어주고 돈을 받거나, 길거리에서 버스킹으로 연주나 노래를 부르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약물에 취해 길거리에서 비틀거리거나, 맥도널드에 들어와 엎드려 자는 홈리스는 우리 일상에 거슬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의 삶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또 다른 극한적인 면도 발견하게 된다.


어제 아내와 산책을 하다가 숲 속에 버려진 유료 전기 자전거 두 대를 발견했다. 아내는 산책 나온 사람이 잠시 세워두고 산책길에 나선 것이라 예측했지만, 나는 홈리스가 버리고 간 소행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무슨 돈에 홈리스들이 유료자전거를 이곳까지 타고 와 숲 속에 버렸겠냐는 말을 했다.


길을 걷다 보면 월마트 카트를 끌고 다니는 홈리스들을 흔히 본다. 또한 짐을 싣고 다니다가 길거리 곳곳에 버려두는 바람에 길거리에 방치된 월마트 카트를 보는 일 또한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반려견과 함께 다니는 홈리스도 있다. 처음에는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강아지가 안쓰러워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구걸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신적인 문제나 마약 중독에 빠져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이다.


한때 마약 중독 치료를 받으며 재활하던 젊은 친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계신데도 집 없이 떠돌던 그 친구를 보며 내 큰아들 또래라 더욱 안쓰러웠다. 하지만, 직장을 구해 일을 하면서 재활의 의지는 얼마 가지 못했다. 결국 다시 마약에 손을 대고, 일하다가 모습이 보이지 않아 찾다 보면 화장실에 웅크린 채 자고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자기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그들은 결국 길거리의 방랑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 사회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꾸준히 보호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그들의 현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 기본적인 존엄조차 지키기 힘든 그들의 삶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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