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오늘, 노래방 마이크가 불러낸 기억

캐나다 거실 속 작은 노래방에서 느낀 사라져 가는 추억

by 김종섭

노래방이라는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 노래방을 가본 기억이 희미해졌다. 한국에서 술 한잔 하면 참새방앗간처럼 들리던 그 공간은, 캐나다로 이주한 후 점점 멀어졌다.

오늘, 책상 속 깊이 묻혀 있던 마이크를 꺼내 들면서 새로운 작은 여정이 시작됐다. 아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가져온, 장난감처럼 보이는 물건이었다. 빨간색으로 반짝이는 외형, 한눈에 장난감처럼 보였지만 사실 ‘노래방 기능이 탑재된 마이크’였다. 큰아들이 “아빠 장난감처럼 써”라며 보내온 것이었다. 포장과 설명서는 없었고, 사용감도 없는 덩그러니 마이크 하나뿐이었다.

설명서가 없어 아쉬운 대로 유튜브에서 사용법과 후기를 참고하며 기능을 익혔다. 처음 보는 제품이라 신제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오래전 출시된 제품이었다.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 음주와 노래와는 거리가 멀어, 이런 마이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

한 손에 마이크, 다른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거실을 작은 길 삼아 걸으며 노래방 화면을 띄웠다. 공간은 한국의 화려한 노래방과 달랐지만,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 이곳도 나만의 길 위 노래방이 되었다.

가끔은 모임에서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반주와 에코까지 조절하며 부르니 오랜만에 ‘진짜 노래방’을 걷는 느낌이었다. 순간, ‘예전 모임 때 이 마이크가 있었다면 훨씬 흥겨웠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스쳤다.

마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반주 소리가 생각보다 커, 볼륨을 최대치로 올리자 안방에서 자던 아내가 깜짝 놀라 거실로 나왔다. 옆집에 소음이 될까 걱정될 정도였지만, 그만큼 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첫 곡으로 며칠 전 유튜브에서 따라 불러본 적이 있는 조영남의 모란 동백을 선택했다. 음정, 음량, 템포, 에코까지 조절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재미있었다. 노래를 세 번 반복하며 녹음했고, 마음에 드는 버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ㅋㅋ 진작 보내줄 걸 그랬네.”
아들이 톡을 보내왔다. 오랜만에 즐겁게 노래 부르는 아빠 모습을 보고 웃었나 보다.

인터넷 세상은 참 신기하다. 핸드폰과 마이크 하나로, 집 안을 작은 ‘길 위의 노래방’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에서는 흔한 도구였지만, 해외에서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했다.

노래방 마이크 하나가 불러낸 시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지금은 멀어진 한국의 일상과 사라져 가는 문화가 남긴 여운, 그리고 오늘의 소소한 즐거움을 길 위에서 마주한 느낌을 함께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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