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남은 것들로 채워가는 60대의 하루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집 안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정리를 하다 보면 이제는 ‘정리’보다 ‘버림’이 더 익숙해졌다. 쌓이는 물건만큼 마음도 복잡해져, 이제는 비워야 편안해진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일보다는 나이가, 욕심보다는 여유가 앞서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젠 장롱 속에서 한 번도 꺼내지 못한 옷들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내려놓는다. 예전에는 버릴 때마다 왠지 아까움과 미련이 남아 차마 손을 떼지 못했다. 다시 입을 일도 없으면서 ‘언젠가 입겠지’ 하며 장롱 속에 묵혀둔 옷들이다.
장롱 속에는 옷뿐 아니라 신발, 책, 사진, 그리고 한동안 손길이 닿지 않았던 오래된 물건들까지 정리의 대상이 되었다. 버릴수록 오히려 속이 시원해지고, 마음까지 정리된 듯한 기분이 든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몇 벌의 옷은 다시 옷장으로 돌아가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는 나를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오늘도 그런 마음을 안고 산책길에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낙엽 밟는 소리가 마음을 두드린다. 무겁던 생각들이 발끝에서 조금씩 풀려나간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따뜻했다.
젊었을 때는 편리함보다 멋과 화려함이 먼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하고 실용적인 것이 제일 편하다. 숲길을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걸음이 쌓일수록 하루가 조금씩 단정해지고, ‘많음’보다 ‘적당함’이 주는 평온함이 훨씬 크다는 걸 깨닫는다.
60대의 생활도 자연스레 단순해졌다. 복잡한 것보다 담백한 일상, 화려함보다 조용한 여유가 좋다. 먹고 입는 일상에서도 눈에 띄는 것보다 소박한 것이 더 따뜻하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보다 집에서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가끔은 깜빡 잊는 일도 많아졌다. 냉장고 문을 열고 ‘왜 열었더라’ 하며 멈춰 설 때도 있다. 예전 같으면 답답했겠지만, 이제는 그조차 웃으며 넘긴다. 나이를 탓하기보다 ‘이만큼 살았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걷다 보면 버린 것들과 남겨둔 것들이 번갈아 떠오른다. 비워낸 자리에는 여유가 스며들고, 남은 것들 속에서는 살아온 세월의 지혜가 쌓여간다. 더 많이 가지려 애쓰기보다 덜어내면서 편안해지는 법을 배우는 시간, 그것이 지금의 행복이다.
오늘도 산책길 위에서 느낀 단순한 하루가 집 안의 정리와 맞닿아 있다.
조금씩 비워내고, 조금씩 걸으며, 오늘을 현명하게 살아간다. 아마 이런 변화와 깨달음이, 60대가 되어 비로소 배우게 된 ‘단순함에 머무는 법’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