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매장에서 발견한 공깃돌이 전해준 어린 시절의 추억
오늘은 오랜만에 지인과 커피 한잔을 나누었다. 특별히 계획된 일정이 있던 날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지인은 “보물을 찾으러 가자”라고 말했다. 호기심에 따라간 곳은 반품 상품과 재고를 저렴하게 파는 창고형 매장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 처음 ‘보물 같은 매장’을 알게 되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거대한 보물창고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합판으로 만든 긴 진열대 위에는 나무 박스가 줄지어 있었고, 그 안에는 온갖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다. 잡동사니를 뒤적이다 보면 쓸 만한 물건이 하나둘 눈에 띄었고, 그 과정이 묘하게 재미있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쌓인 물건들은 누군가에겐 쓸모없을지 몰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뜻밖의 보물이 되어주었다.
이곳은 요일마다 가격이 달랐다. 금요일엔 모든 물건이 30달러, 토요일엔 5달러, 월요일엔 3달러, 그리고 수요일과 목요일엔 단돈 1.5달러. 오늘은 바로 그 ‘1.5달러의 날’이었다.
아내가 쓰던 아이패드 커버가 낡아 새 제품을 찾고 있었는데, 포장도 뜯지 않은 커버가 눈에 띄었다. 정말 1.5달러가 맞는지 믿기지 않아 물건을 다 구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대로 가져가 시험 삼아 계산해 보았다. 계산된 영수증에는 분명히 1.5달러가 찍혀 있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이런 것이 보물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 한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캐네디언 여성이 다가와 “혹시 한국인이냐”라고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작은 물건이 들려 있었다.
“이거, 한국에서 아이들이 하는 놀이죠?”
자세히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공깃돌이었다.
“네, 맞아요. 공기놀이할 때 쓰는 거예요.”
내 말에 그녀는 반가운 듯 손바닥 위에서 공기를 던지고 받는 시늉을 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돌멩이를 주워 공기놀이를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기놀이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하던 놀이였지만, 우리 세대의 남자아이들도 여자들이 놀이할 때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곧잘 따라 했다. 축구공이 없어 지푸라기나 신문지를 말아 차던 시절, 놀잇감보다 상상력이 더 컸던 그때가 문득 그리워졌다.
지금의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게임기로 시간을 보내지만,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놀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했다. 그녀가 어떻게 공기놀이를 알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다만, 그 작은 공깃돌 하나가 국경을 넘어 문화를 잇고 있다는 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중고 매장에서 한국 탈 액자를 발견했을 때도 잃어버린 보물을 찾은 듯 기뻤는데, 오늘은 그보다 더는 아니지만 ‘보물’을 찾아낸 느낌이 들었다. 1.5달러짜리 공깃돌은 외국인에게 한국의 놀이문화를 떠올리게 한 보물이었고, 나에게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 보물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 위에는 값비싼 명품만이 보물이 아니다. 가끔은 헐값의 물건 하나가 마음속 깊은 기억을 건드리고, 오래된 정서를 되살려 주기도 한다. 오늘 나는 1.5달러로 그 감정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놀이의 힘과 추억의 가치를 다시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