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음식을 먹으면서도 따뜻함이 남은 가족의 저녁식사
어제는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캐나다의 땡스기빙데이(Thanksgiving Day)였다. 아들은 어제 2박 3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사돈댁과 함께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자고 초대를 했다. 모처럼 사돈댁과 한자리에 모인다는 생각에 우리는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출발하려던 순간,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그냥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장면 시켜 먹어요.”
뜻밖에 약속 장소가 바뀌었다. 옆에서 듣던 아내가 말했다.
“아마 사돈이 몸이 안 좋으신가 봐요. 그래서 식당 대신 집에서 먹자는 거겠죠.”
아내의 말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사돈이 몸이 좋지 않아 외출이 어렵고, 아들은 오늘 식당도 땡스기빙데이라 붐비고 사돈댁도 참석하기 어려워서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로 했다.
캐나다에서 배달 음식 문화는 팬데믹 이전까지는 피자 같은 특정 음식 위주였고, 대부분은 ‘테이크아웃’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앱을 통해 쉽게 주문하고 현관 앞까지 배달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아들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중화요리를 주문해 둔 상태 었다. 자장면, 짬뽕, 군만두, 깐풍기까지. 문제는 도착 시간이었다. 음식이 오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근처 중화요릿집은 맛이 없어 일부러 멀리서 주문했다고 한다. 배달된 음식점이 멀면 오는 동안 면발이 식어 푹 퍼지기 마련이다.
1시간 만에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음식이 담긴 용기 뚜껑을 열자 온기는 없었고, 짜장면은 이미 면이 푹 퍼져 있었다. 짬뽕 국물도 밋밋했고, 깐풍기는 눅눅해져 바삭함이 사라졌다. 군만두는 흔한 인스턴트 제품이라 특별함이 없었다.
게다가 이날은 리쿼스토어(주류 판매점)도 파업 중이라 술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맥주나 소주가 캐나다에서는 별도의 주류 판매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주류 판매는 주마다 규제가 엄격하다. 술 한 잔 곁들이지 못한 것이 더 허전하게 느껴졌다.
배달된 음식을 먹으면서 아들의 성의를 생각해 “맛있다”라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푹 퍼진 면발처럼 미묘한 허전함이 남았다.
사실 땡스기빙데이 같은 날은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제격이다. 식당은 붐비고 예약도 어렵다. 그래서 아들이 식사 모임 변경을 알려왔을 때, 우리는 집에서 출발하면서 오히려 식당보다는 아들 집에서 간단히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캐나다로 이주한 후, 우리 가족은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음식값 외에도 세금(GST/HST)과 팁이 별도로 붙기 때문에 한국보다 금전적 부담이 훨씬 크다. 집에서 식재료를 사서 요리하면 맛과 경제성 모두 만족스럽다.
올해 땡스기빙데이는 결국 푹 퍼진 짜장면의 기억으로 남았다. 모처럼 중화요리를 기대했지만 맛은 아쉬웠다. 그러나 오늘의 풍경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세월이 흘러 이날을 떠올릴 때, “그때 그 퍼진 짜장면도 참 따뜻했지” 하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음식의 온도보다 가족의 마음이 더 중요한 날이었다. 땡스기빙데이, 그 길 위에서 만난 어제, 감사의 의미는 우리 가족 식탁 위에 맛보다 정으로 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