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열린 대종친회, 젊은 세대와 어른 세대가 나눈 묵직한 울림
며칠 전, 아들로부터 안내문이 담긴 카톡이 왔다. 종친회 세일사 안내 공지문이었다.
“아버지, 10월 28일 대종친회 세일사가 있다고 합니다.”
‘세일사’라는 말은 나에게 낯선 단어였다. 찾아보니 해마다 문종의 제사를 올리는 오래된 의례라고 했다. 60세가 넘도록 살아오면서, 그것도 아들의 카톡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아들은 이번 세일사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행사 당일인 11월 28일, 안동에 도착해 있었다. 전날 포항 출장을 마친 뒤 중간에서 숙박하고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섰다고 했다. 단순히 ‘가본다’가 아니라 마음을 준비하는 모습 같았다.
현장에는 300명 가까운 종친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아들은 도착하자마자 실시간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왔다.
특히 세일사 시작 전, 대종친회장님께서 직접 아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환영 속에서 많은 종친들이 박수를 보내어, 아들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마음은 한층 따뜻해졌다고 했다.
“젊은 사람은 나 혼자였어요.”
막상 도착했을 때 아들은 꽤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70대 이상의 어른들뿐, 젊은 사람은 아들 혼자였기 때문이다. 처음 겪는 종친회 행사라 더욱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제례를 올리고, 종친회에서 준비한 점심을 함께 나누는 동안 금세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끝까지 다른 제례 행사에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서울 일정 때문에 중간에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고 했다. 종친회에서 준비한 고등어와 수건을 답례품으로 받았다고 한다.
행사 전에는 아들도 많이 망설였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젊은 나이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특히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촌수는 멀어도 다 같은 일가잖아요. 핏줄이라는 게 있나 봐요.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수록 뿌리를 더 절실히 느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어요.”
세일사는 평일에 열렸고 직장을 가진 젊은 세대가 참석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휴일에 열렸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세대에게는 제례 문화가 이미 멀어진 문화이기 때문이다. 종친회의 전통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이번 세일사 참석은 아들에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그러나 내게는 아들이 내 몫까지 대신해 준 것 같은 고마움이 있었다. 아들의 눈을 통해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뿌리’를 간접적으로 접한 느낌이었다.
아들이 보내준 카톡을 통해 대종친회장님과 연결이 되어 있지만 아직 친구 등록까지는 하지 않았다. 오늘은 행사로 정신이 없으실 테니 조만간 감사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들이 보내온 카톡 메시지를 통해 대종친회장님과 다시 연결이 되었고, 나는 조심스레 친구 추가 버튼을 누른 뒤 아래와 같은 감사 인사를 직접 올렸다.
대종친회장님께 보낸 카톡 인사
안녕하세요
김준우의 아버지 김종섭이라고 합니다.
이번 세일사 행사에 저의 여식을 초대해 주시어 뿌리를 느끼고 깨닫는 귀한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데 깊이 감사드립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업이 우선이라 ‘뿌리’라는 단어를 곱씹을 여유가 없었지만, 삶의 이치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나이에는 자연스레 자신의 근원과 가문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초대는 저희 가정에게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인연이 이렇게 대종친회장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소중한 경험을 베풀어 주신 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준우 또한 젊은 날의 값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카톡으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평안과 번영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종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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