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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Nov 20. 2019

늦가을의 정취를 찾아 떠난 휴일 여행

딥 코브(Deep Cove)에서 Cates Park(케이츠 공원)까지

노스 밴쿠버 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만(灣 ) 딥 코브(Deep Cove)를 찾았다. 연휴 내내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는 탓인지 늦가을 정취가 슬퍼 보였다. 사람으로 넘쳐나야 할 여행지의 표정은 유난히도 조용한 침목만이 있을 뿐이다. 공원은 아직도 푸르른 여름을 보는 느낌이다. 가을 움직임의 느낌을 전해 가지 못하고 멈추어 서 있는 기분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상록수가 공원을 둘러쌓고 있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바람의 방향으로 붉게 물들여진 단풍나무를 목격하는 순간 비로가을의 깊이를 느껴가기 시작했다.

파노라마 공원(Panorama Park)

딥 코브(Deep Cove) 안에는 바다의 풍경과 어우러진 파노라마라는 공원(Panorama Park)이 자리하고 있다. 딥 코브에는 허니 도넛으로 유명한 맛집이 있다고 한다. 사전 정보 없이 즉흥적으로 여행지를 선택한 탓에 허니 도넛의 맛을 느끼지 못하고 여행지를 떠나보낸 아쉬움 있다. 물론 비로 인해 관심 없이 주변 상가를 무심코 지나쳐버린 이유와 바닷가 풍경 담기에 급급했던 행동 때문인지도 모른다.

캐나다에는 늘 푸른 공원을 사계의 구분없이 느껴간다. 유독히 캐나다에는 활엽수보다는  상록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분포에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이 되면 전 세계 수많은 여행객들이 단풍을 보기 위해 캐나다로 모여든다고 한다.

캐나다는 '단풍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가을이면  온통 붉은빛과 노란빛으로 물든 장관을 볼 수 있다고 말들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토에 100배가 넘는 광활한 영토 모든 지역에 단풍의 축복을 내려준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 국한가을 단풍의 풍경쯤으로 생각하면 될 듯싶다.

 수많은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계류장 마치 한폭의 그림같다

자연은 늘 묵묵히 고요 속에 느껴갈 수 있는 감동을 열어가고 있다. 말로서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이 미쳐 느끼지 못한 그 무엇인가 위대한 것들을 향해 세월이라는 깊숙한 항아리 속에서 숙성해 가고 있다.


고깃배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요트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한 고향 선착장을 먼저 떠올린다. 고향의 선착장 모습을 흡사하게 닮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바닷가에 가면 늘 갈매기가 있었다.

바닷가에  가면 늘 갈매기 울음소리가 먼저 반긴다. 사람의 숨결보다 더 관대한 듯 성난 파도의 움직임에도 한결같이 바다를 수호신처럼 지켜가고 있다.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의 사연도 다양하겠지만 유독 갈매기만은 바다를 고집한다. 바다를 찾는 날에는 갈매처럼 관대해지고 싶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마음이 아닌 마음이길 기도했다.

연일 내린 비로 인해 계곡에 흐르는 물이 넘쳐난다.

바다를 향해 떠나는 거센 계곡의 반란이 오늘따라 무서웠다. 자연의 침범자처럼 금방이라도 삼켜먹을 듯한 성난 물살 앞에 긴장감이 생겨난다.


우산의 침묵

새로운 곳에 가면 늘 풍경을 담기에 바쁘다. 우산을 잠시 내려놓고 쉴 새 없이 두 손으로 핸드폰을 받쳐 들고 풍경 담아가기에 분주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버려진 우산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참으로 오래된 우산이다. 20년 전 골프장에 갔다가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내고 구입했는데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동행하고 있는 고마운 유물 같은 우산이다.

 Cates Park(케이츠 공원)

롤스 밴쿠버 Deep Cove(딥 코브) 파노라마 공원에서 차로 4분가량 이동하다 보면 달라튼( Dollarton 지역이라는 곳에 Cates Park(케이츠 공원)과 만날 수가 있다. 물론 캐나다는 특정지역에만 공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공원이 넘쳐난다.

바다 조망권을 둔 주택 밀집지역

산과 바다를 끼고 사람들은 살아간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 한 번쯤은 품어 보았을 것이다. 해변 쪽으로 개인 소유의 요트 계류장도 보인다. 부러움이 앞선다. 소유의 철학을 내려놓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호사이다

망중한을 즐기는 강태공

비가 오는 바닷가는 거친 파도의 움직임도 없이 잔잔하다. 바다라고 보기보다는 호수를 만난 듯. 싶다. 작은 보트를 해변 인근에 정박시켜 놓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평온해 보였다. 상대는 행복한 시간일지 언데 내 눈에는 왠지 왠지 처량해 보이는 느낌은 무엇일까,

해변을 걷다 보면 파도에 닳고 닳은 토막 난 나무들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나무토막에 누군가 화관을 올려놓았다.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의 의식은 아니었을까 싶다.

주인이 바다를 향해 내 던진 공을 헤엄쳐서 입에 물고 나오고 있다. 털이 있는 짐승이기는 하지만  바다 물은 차가운데  주인은 즐거워했다. 주인을 뒤쫓아 가는 뒷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등대

어릴 때부터 사진에서나 크고 작은 등대를 보아왔다. 주름이 깊게 파인 노년의 등대지기가 먼저 떠올려진다. 등댓불이 작은 요술 램프를 닮았다. 초침의 거리를 두고 깜빡거린다. 바다를 지켜온 수호신 , 숱한 세월의 흔적, 바다만이 알 것이다.


    등대지기(노래 가사말)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바람소리 울부짖는 어두운 바다에
깜박이며 지새우는 기나긴 밤하늘
생각하라 저 바다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자갈 해변

오후가 접어들면서 오던 비가 멈추어 서기 시작했 바다 넘어 산 중턱에 안개가 걸려있다. 안개가 걷히고 나면 화창한 해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해변 하면 백사장을 연상한다.

백사장 아닌 자갈로 해변길을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쉬고 싶을 때 산과 바다로 떠난다. 정직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눈길에도 머물지 못한 점하나의 존재감에 지나지 않는다. 잠시 그릇된 삶의 잔재를 내려놓고 싶은 고해성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딥 코브(Deep Cove) 선착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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