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요즘 어찌 지내십니까? 세계는 코로나로 인해 희망이 밝지 않습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만 견디어 내어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알고 지내는 형님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잠시 후 형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형님.... 근무 중 이상무 ᆢㅎ"
"형님! 혹시 술 한잔 드셨습니까"
"술요? 지금 근무 중입니다 형님 ㅎㅎ"
"형님 저 김종섭입니다. 웬 존댓말을하세요"
형님은 그제야 상황 판단이 정리되었나 보다.
"김종식 형님인 줄 알았어요 ᆢㅎ종섭 아우님"
아우님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형님이 있어서 잠시 혼동을 했네 ㅍㅎ"
"형님 요즘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근무 중 이상무입니까"
한동안 소소하게 하던 일을 정리하고 3일 전부터 보안업무를 전담하는 용역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한다.
형님과의 인연은 몇 해 전 사업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후 값진 인연으로 성장해왔다. 형님은 원만한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도 열정이 많아 주위에 지인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잠시 후 제복을 입은 사진을 보내왔다. 하얀 반팔 제복 위로 견장이 눈에 띈다. 견장은 형님의 어깨를 힘겹게 누루고 있는 세월의 무게 같은 것은 아니었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온다.
형님과 나는 베이비 부머 이름으로 불리는 세대에 편입되어있다. 그뿐 아니라 호롱불 세대. 고무신 세대. 뒷간 세대. 보자기 세대. 온갖 수식어를 안고 사는 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흔히 꼰대 세대라고 부른다. 장년층에서 노인의 진입장벽을 향해가고 있는 세대, 어쩌면 영혼 없는 무심한 나이로 느껴질지도 모를 애처로운 세대는 아니었을까, 젊은 날 취업이라는 전쟁의 홍역을 겪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지만 오랜 시간을 버티어 주지 못했다.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음에도나이에 떠밀렸다.
"형님! 지금 하시는 일은 좀 어떠세요"
"격일근무인데 힘 안 드는 일이 어디 있겠어.
몸을만들어 보는 거지"
그 말을 듣는 순간 형님이 선택한 직업이 왠지 만족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형님도한때총망 받고 화려했던 젊은 날에 숲이 있었다. 지금 입고 있는 경비 복장보다는장교 계급장과 군복이 더 어울렀던 시대를 보냈다. 직업에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분명 귀천이 있다. 그렇다고 경비직에 대한 직업을 편협하려 하는 의도의 생각은 결코 아니다.
형님은 잠시 후 근무지 사진 한 장을 보내어 왔다. 사진을 관심 있게 확대해서 들여다보았다. 모니터 영상사진은 요즘 갑질 논쟁이 끊이지 않는 아파트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형님! 근무 잘하고 계시다가 저 한국에 돌아가면형님 옆에 자리하나 만들어주세요 "
"ㅎㅎ 그렇지 뭐"
"나이 먹고 취업할 때가 극히 제한적이라 아파트 관리 아니면공장 빌딩 보안요원으로사람들 지원이 많이 몰려"
"내가 취업한 이곳도 경쟁률이 무려 25대 1일이나 되었어"
"와우... 그래요, "
"25대 1 "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희망을 가지고 도전할 만큼가치 있는 일은 사실 아니지 않은가, 많은 꼰대들의 노후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은 현실의 오류이다. 치열한 경쟁구도의 삶은 늘 냉정했다.기다려주거나 양보하는 미덕은 전혀 없었다. 출발점은 있어도 정해진 반환점이 없다. 출발하다 보면 뛰기도 전에 호각 소리에퇴장되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의암울함이 있다.
취업문이 좁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지와 능력과는 무관하게 지금 경비원으로 노후를 맞이하는 삶이 성공일지, 아니면 실패한 삶인지에 대해 솔직함을 묻고 싶다. 냉정하게 정의한다면 실패한 삶은 아닐지라도 만족도는 과거의 집착으로 인해 바닥 수준일 수 있다. 비우고 내려놓는 일에 따라 생각 차이는 있을 수 있다지만,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를 형님도 전자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이라는 궤도 진입이 덜컹 겁이 난다. 빠른 세월 흐름의 민감한 반응에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직업의 선택은 사실 이목에 움찔거리는 어리석은 소비의 시간이 많았다.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이 되고서야 나이를 먹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뻔뻔해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꼰대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직도 나만의 젊은 날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당신 때문에 좋았어"라고 형님이 보낸 카톡 내용이 하루 내내 마음에 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