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May 06. 2021

공병 가게(Bottle Depot)에 벤츠를 타고 왔다

벤츠가 부의 상징이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술이나 음료수를 사면 세금 (Tax)과는 별도로 공병 보증금이 추가적으로 부가가 된다. 공병의 개념은 재활용될 수 있는 병이나 캔 또는 플라스틱 병을 말한다. 크기와 무게에 관계없이 보증금은 1병 단위당 10센트를 부가하고 있다.


캐나다에는 Bottle Depot라는 공병 가게가 있다, 한국의 고물상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공병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가게라는 점에서 한국의 고물상과는 약간에 다른 차이를 두고  있다. 대부분 가정에서 마시고 모아 두었던 공병이 어느 정도 쌓이면 차에 싣고 Bottle Depot를 찾는 풍경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일상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옛날에 공병이라 하면 엿장수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는 캐나다처럼 돈이 아닌 엿으로 바꾸어 먹던 시대였다. 엿으로 보상하는 것 역시도 엿장수 마음대로 기준이 없었던 시절, 문득 그 오랜 과거의 시절 속으로 생각에 잠기게 다.


공병 가게에 도착하면 공병을 분류할 테이블과 공병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박스가 제공된다. 음료수 캔이나 플라스틱 병 또는 맥주캔 등은 같은 용도의 공병끼리 분류해서 담아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공병 가게(Bottle Depot) 주차장에는 공병을 가득 싣고 온 벤츠 차량부터 시작하여 고급 승용차들이 비교적 눈에 많이 들어온다. 한국에서  같은 상황을 옮겨 놓았다면 주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공병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항상 궁금증으로 남아 간다.


가끔  뉴스를 보다 보면 "벤츠 차량을 탑승한  운전자가 ~~ "이라는 기사 내용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벤츠와는 연관시켜야 할 만한 기사가 아닌 듯싶은데 굳이 차종을 노출시켜 부호(富豪)와 신분을 대신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캐나다에서 벤츠를 타고 공병 가게(Bottle Depot)를 찾는 사람은 한국과는 달리 문화적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폭적인 설득력을 기대하기 또한 어려울 수도 있다. 고급 차종은 부의 상징이기보다는 일종의 기능면에서 실용성과 안전성에 위한 만족도를  두고 차종을 선택한 이유가 크다. 고급 승용차를 소유했다고 하여 한국처럼 상당 부분 부를 축척하고 있는 부류는  결코 아니다.  


주변 지인들 중에도 벤츠 차량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다. 그분들 역시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선택했다고 말을 한다.


한 달 동안 마시고 모아두었던 공병 가격으로 12불을 받았다. 그냥  마시고 남은 공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12불이라는 돈의 가치도 함께 쓰레기가 되어가겠지만, 공병 보증금 제도의 주된 목적은 자원순환과 더불어 자연환경까지도 보호하자는 취지이고 보면 작은 정성이 보태어 자연보호에 동참했다는 의미도 덤으로 얻어간 날이 되었다.



이전 14화 캐나다 첫 직장에서 사표를 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