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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06. 2022

시간 위를 걷는 사람들

초침은 분침, 분침은 시침, 시침은 시간이라는 세월을 올려놓았다

하루의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했고 정직했다. 시간 위를 걷는 하루는 턱없이 모자란 듯 여운을 남긴 날도 있었고, 때론 하루가 지루함으로 시간을 떠나볼 때도 있었다.


요즘 들 시간을 보내면서 부쩍 생각이 많아지고 분심만 늘어난다. 나이 탓, 주변 탓, 환경 탓, 어떤 것을 열거해도 알아내지 못한 그 무엇인가 작용했다. 풀어내지 못한 석연치 않은 갈등이 필사적으로 마음을  닫게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간 위에 삶은 어떠했을까, 예전에는 사람들의 동선을 호기심으로 살펴갔던 기억도 남아 있지만, 사람들마다 시간 길이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면서  호기심을 내려놓았다. 


하루의 시간을 성과 없이 허망하게 내려놓는 사람 있었다. 반면, 시간이 부족할 만큼 아쉬움으로 하루를 떠나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의 움직임은 정직했지만, 시간 흐름의 느낌은 사람마다 각기 달랐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오늘은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짧았던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든다. 지루함을 느껴야 했던 느낌의 시간과 바빠던 시간의 느낌 차이는 무엇일까, 마음은 여전히 정직한 시간을 가져가지 못한 것일까, 예전에 느끼지 못한 시간의 감정일 수도 있다. 다양하지 못한 일상의 단조로움에 지루함을 보태 생각 없이 빠르게 시간을 떠나보내려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안 좋은 기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세월의 약은 아닐 듯 하지만, 세월은 흐릿한 망각을 강요한다. 세월의  효능이 용도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오랜 기간이 지나면 효능이 떨어지는 보편적인 이치를 생각해 보게 된다. 세월의 약이 효능 이전에 어쩌면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쌓인 자리에는 성숙함이라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냈지만 여지없이 행함에 부족한 것이 많았다. 연륜은 어느 정도 포용력 있는 마음을 담고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여전히 부족함이 많고, 인색함이 습관적으로 삶 속에 묻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모두의 아침이 분주하다. 아침이 되기도 전에 미리부터 새벽을 챙겨가는 사람도 있었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잠을 설쳐가면 좀 더 가득 찬 성과를 가져가려는 사람들의 소망도 있었다. 누군가에 위해 누군가에게는 소망이었고, 다른 누군가는 욕심의  삶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은 게으르거나 무엇인가에 정체되어 멈추거나 다음 기회로 미루는 법이 없었다. 나는 일상의 규칙에서 이탈하지는 않았을까, 사소한 것 같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오늘도 나만의 시간이라는 이유를 달고 휴일의 시간을 보냈다. 늦잠으로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오전의 시간을 몽땅 잃어버린 느낌이다. 한주의 노고와 내일을 위한 재충전이라는 생각의 배려로 시간을 위로했다. 요즘 부쩍 지나가는 버린 시간의 흔적들이 갈수록 그립다는 생각이 늘어만 간다. 오늘 오후의 짧은 시간 속에도 분명 서운하거나 아깝지 않은 흔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 잠시 나를 위로할 시간의 흔적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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