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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Nov 23. 2023

캐나다에도 자장면의 진심이 통했다

자장면은 아직도 값싸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중 간식일까,

가끔 배가 고플 때 자장면을 생각해 냈다. 먹고 뒤돌아서면 배고팠던 군생활에서도 제일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자장면이었다. 휴가 때 제일 먼저 중화요릿집을 찾는 일이 휴가의 의무와도 같았다. 자장면으로 휴가의 소원풀이를 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뚜렷하게 기억해 낼 수가 있다.


휴일 점심식사로 모처럼 자장면을 생각해 냈다. 식당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어 보고 싶다는 즉흥적인 생각에서 준비를 보았다. 일단, 유튜브를 통한 자장면 관련 레시피 정보 조리 방법을 참조하였다.


다행히 냉장고에는 유튜브에서 자장면 만들 때 재료로 명시되어 있는 굴소스. 양파가 냉장고에 있었다. 냉동고칸에는 여름철에 먹다 남은 면과 있었다. 다행히 돼지고기도 냉공고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춘장이 부재중이다. 한국 슈퍼에 들려 춘장을 별도로 사 가지고 왔다. 이 정도의 재료는 자장면 만들기에 거의 완벽 수준이다.


프라이팬에 식용유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썰어 놓은 돼지고기를 같이 볶기 시작했다. 고기가 노릇노릇해지는 시점에서 춘장을 넣고 볶기 시작하다가, 간장, 설탕, 굴소스 각각의 한 스푼과 썰어 놓은 양파와 함께 볶는 것으로 간자장이 완성되었다. 최종의 완결은 간자장이 아닌 일반 자장이기에 최종 한 단계 과정을 남겨 놓고 있다. 이미 완성된 간자장에   정도의 물을 넣고 약한 불로 다시 끓이시작했다. 끓고 있는 간자장에 물 한 컵에 전분 두 스푼을 풀어 끓고 있는 간자장에 골고루 섞어주면 일반 간자장이 완성된다.


자장장과 별도로 지막으로 면을 삶아 내는 일이 남아있다. 자장장 맛도 중요하지만, 면 또한 잘 삶아야 내야 최종적으로 자장면 맛이 좋다. 면을 삶을 때 적절하게 삶아내는 감각적인 시간 타임이 제일 중요한 작업 중에 하나이다. 그다지 수고스럽지 않은 몇 단계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장면이 탄생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고 했다. 완성된 자장면을 쟁반 위에 담아 놓으니 보기에도 비주얼이 좋아 보인다. 한 젓가락 뜨는 순간 중화요릿집에서 먹는 자장면 맛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내와 아들은 고맙게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사실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고마울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빠가 만들어준 자장면을 맛있게 먹어주니 한없이 뿌듯함과 고마운 생각이 든다.  순간, 아내가 차려낸 식탁을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내가 차려낸 음식에 타박하지 않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 음식을 준비한 아내의 기쁨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일단, 아빠의 손으로 만든 음식이 이름하여 아빠표 자장면으로 불렀다.

캐나다에 이주해 살면서 자장면을 한국에서 처럼 쉽게 먹지를 못했다. 가격이 월등히 비싸거나 자장면집이 없어서가 아니다. 캐나다에서 생활하다 보니 정서상 외식문화 지출을 되도록 줄여서 생활해 왔기 때문이다. 팬더믹 이후 세계 어느 나라이든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외식비용은 예전과는 달리 부담스러울 정도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팬더믹 이전에도 외식 비용이 싸지는 않았다. 대중 음식점이라는 말이 서민에게는 친근하지 않은 높은 문턱이다. 캐나다 대부분의 가정은 외식이 아닌 가정 안에서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식당 출입에 소극적이었다.


자장면은 사실 어디서나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었던 국민 간식용으로 존재했었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물가의 고궁행진은 간식대용인 자장면도 주식의 음식과 대동한 몸값을 가지고 있다.


자장면 하면 짬뽕이 떠오른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존재와도 같은 대등한 관계의 음식이다. 라면 또한 비슷한 맥락의 대중적인 간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꾸준한 서민간식으로 자리 잡던 대중적인 간식대용은 언제부터인가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자리하고 있다.


몇 달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자장면. 짬뽕, 라면은 더 이상 간식이 아니라는 인상을 깊게 받고 왔다. 하지만, 자장면에는 학창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군 휴가와  입학식 그리고 졸업식까지 단골 메뉴일 정도로 자장면은 아직도 선명하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자장면을 먹으면서 오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까짓 자장면하나에 호들갑이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음식에도 추억은 분명 소환되어가고 있었다. 생각 속에는 자장면은 철학이 담겨 있다. 지나간 것들을 그냥 묻어버리거나 의미 없이 지우는 일이 없다.


자장면은 삶의 식탁 추억이 깊숙하게 존재하고 있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들과 희미하게 기억하는 것들의 과정 속에 재 생산하려 하는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겹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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