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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y 17. 2024

공항으로 가는 길

우리 가족에게 공항은  늘 만남과 이별이 공존했다

아내가 한국에서 기나긴 여정을 남기고 캐나다로 출국하는 날이다. 예정대로라면 우리 부부가 오늘 함께 캐나다로 출국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당분간 출국 일정을 미루고 한국에 남아 있기로 했다. 아내를 배웅하기 위해 아들내외와 인천 공항으로 출발했다. 출국 시간보다 빠르게 공항 인근 구읍뱃터에 도착했다. 도착순간, 낯설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지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영종도 공항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일 때 배길 출장을 오갔던 선착장이 이곳이었다. 한 번도 안 올지도 몰랐던 곳, 생각하면 할수록 감회가 새롭다. 과거의 시간을 들추어내고 더듬어 선착장 모습을 재현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주변은 빌딩 숲으로 변했고, 다양한 먹거리 풍경을 더한 관광지로 변모해 있었다. 과거 이곳의 선착장은 영종도의 랜드 마크와 같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영종 대교가 완성되면서 관광객에겐 선창장이라는 말보다는 구읍 뱃터라는 지명 익숙한 듯하다. 눈으로 보는 풍경의 느낌은 바다가 구읍을 품은 듯하다. 

이른 점심을 꼬막 비빔밥으로 소문난 "바다 앞 꼬막집"이라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오전 11시가 넘은  평일 오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식당 안에는 벌써부터 좌석을 하나둘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꼬막 왕새우 전  소쿠리"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소쿠리에 담긴 채 식탁 위에 올라왔다. 각자 빈 접시에 볶음밥과 꼬막을 가져다가 비빈 후 깻잎과 함께 싸서 먹었다. 한결 색다른 꼬막의 맛감을 보탤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실 이곳 꼬막비빔밥이 특별하지 않았다. 다만, 먹는 방법에 조화를 이루어낸 창의적인 성과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식사를 끝내고 같은 건물 4. 5층 베이커리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바다를 한눈에 담아 갈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이다. 확 트인 바다를 마주하는 순간 가슴까지 뻥 뚫린 듯한 청량감을 느낀다. 사람들이 저마다 바다를 찾는지 선명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출국 전 공항 인근에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의 삶을 살고 있는 누나이 있다. 잠시 들려 출국 작별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아들내외만 출국장까지 동행을 하기로 하고 나는 출국장을 가않기로 하누나 남았다.


우리 가족에게  공항은 오래전부터 만남과 이별의 시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가족에게 공항은 익숙한 장소가 되었고, 이별 앞에 때론 엄격할 정도로 냉정해져 갔다. 처음에는 눈물 있는 이별 인사도 언제부턴가 공항 이별을 덤덤하게 가슴으로만 눈물을 보여왔다. 세월은 냉정한 가슴보다는 차츰 여린 마음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전원 풍경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 텃밭에는 온갖 작물들이 분주히 고개를 내밀고, 누나와 매형의 손길을 다리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텃밭 풍경을 연민으로 동경하면서 살아왔는지 모른다.


한낮에 뜨거웠던 햇살과는 달리 바깥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전원의 밤이 일찍 찾아왔다.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공항은 아직도 밤낯의 구분 없어 보인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잠시 후, 눈을 감는 순간 비행기 소리가 요란하게 밤의 고요를 깬다. 그것은 그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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