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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07. 2024

7개월 동안 다섯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6개 윌 동안 거주지 이동은 유랑민 같은 삶일지도 모른다

다섯 번을 이사, 흔히 이사하면 힘들다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마치 이사는 한해 먹을 장김치를 담그는 일과도 같았다. 혼자 실아도 대부분 만만치 않은 짐을  방안에 가득 안고 살아간다. 캐나다에서 한국에 올 때 간단한 옷만 캐리어 하나에 챙겨 왔다. 필요한 옷이 생기면 현지에서 사서 입을 생각을 했다. 덕분에, 캐리어의 부피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여유의 공간을 유지했다. 잦은 이사를 염두에  판단도 있었. 항상 캐리어 이상의 짐을 늘리지 않으려고 또한 노력했다. 끊임없는 이사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첫 번째 거주지는 서울 당산역 인근 아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이다. 아들과 친구가 함께 전세로 얻어 사는 아파트이다. 32평에 방이 전부 세 개다. 이중 방하나를 캐스트 툼으로 남겨 놓고 있는 곳을 잠시 사유했다. 짐을 풀고 시차적응도 없이 선거 캠프로 출근했다. 거주지의 역할은 잠만 자는 배드 타운 역할에 불가했다. 아들에게도 친구에게도 생활권 침해를  다소 해소해 줄 수 있어 다행한 일이다.


2번째의 이사는 아들이 결혼을 앞두고 독립하는 집으로의 이사이다. 경기 판교 인인근에 집을 마련을 했다. 당산역에서의 생활은 한 달 남짓 산 것 같다. 아들의 짐이 제법 많았다. 방안에 짐을 펼쳐 놓았다. 요술처럼 없던 짐까지 생겨날 정도로 눈에 띄지 않던 물건들이 긴 잠을 자고 이곳저곳에서 기지개를 켠다. 예상보다 많은 짐에 이삿짐에 사장님까지 당황에 하는 눈치이다. 작은 용달하나면 될 것 같아 예약을 했는데 막상 짐을 실어보니 소화 가능한 짐을 싣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선다. 간신히 조수석까지 짐을 밀어 넣어 실었다. 아들 승용차를 타고 이사를 할 판교 집에 도착했다. 콘도형식의 구조를 가진 집이라 생각하면 된다. 최초의 입주자가 된다. 주차장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여유 있게 이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들은 콘도 건설업체 사무실에서 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삿짐센터 사장님과 단둘이 4층 집안까지 짐을 옮겨 놓았다. 제일 움직이기 난해한 짐이 하나 있었다. 호흡을 맞춰야 할 것 중 하나인 2단 분리형 세탁기이다. 다행히 기사와 호흡이 잘 맞아 설치까지 무난히 끝냈다. 이사가 종결되고 아들은 돌아와 이사비용을 정산했다.

"아빠! 저 아저씨가 아빠 힘도 세고 일을 무지 날렵하게 잘한데"

이삿짐센터 사장이 제대로 보았다. 캐나다에서 틈틈이 알바 형식으로 이삿짐 일을 2년을 했으니 배터랑 급은 아니어도 민패가 될 정도는 아니다. 아들은 아빠의 과거 경력을 알고 있기에 지나가는 말로

"저 아저씨는 이삿짐의 지존을 제대로 알아보기는 하네 ㅋㅋ"

세 번째 이사는 경기도 포천이다. 포천은 의미가 다르다. 취업에 성공해서 옮기는 거주지다. 아내와 함께 당일 방을 얻어 한 달 계약을 했다. 방의 구조는 원룸형식으로 꾸며진 방이다. 확 트인 넓은 창문이 있는 방을 구했다. 사실 이러한 방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면 창가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먼저 생각해 낼 수 있는 넓은 창문 마음. 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 설렌다. 아내도 남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 나와 비슷한  생각을 찾아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아내가 방. 구조에 흡족해한다. 직접 현장에서 같이 방을 얻어 놓고 캐나다로 귀국하는 발걸음은 다소 마음에 근심 걱정은 내려놓고 갈 수 있는 가벼운 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번째로 이사하는 집이다. 일층에 있는 원룸이다. 상상이하의 파격적인 가격을 가지고 입주 계약을 했다. 당근마트를 통해 의례를 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서 부동산 업자와 점심시간대에 만나기로 했다. 잠시 회사 업무용 차를 타고 원룸으로 갔다. 부동산 사장님이 미리 와 계셨다. 차에서 내리는데 표정이 밝지 않았다.

"사장님! 이런 차를 타고 다니시는 분이 어떻게 이렇게 좁은 원룸에서 생활하실 수 있겠어요"

부동산 사장님이 순간 실망스러움으로 다가와 직설적으로 말을 건네왔다. 더더구나 일반 승용차도 아닌 부의 상징과도 같은 밴츠를 타고 등장했으니 한국 정서상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사장님 이거 제차 아니에요"

부동산 사장님은 끝까지 말도 안 듣고 이런 좁은 원룸에서 살고자 하는 입주자가 이해가 안 된다는 한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장님! 이차 회사차입니다. 저 돈 없는 말단 직원이에요"

부동산 사장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은 여전하다. 값비싼 승용차를 이 맛에 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차는 신분의 상징(?) 과연 맞을까, 고민스러운 감정은 왠지 허탈함으로 바뀌어 갔다. 나는 단돈 몇만 원 싼 원룸을 구하기 위해 목숨 걸고 찾아 나왔는데 밴츠 타는 사람의 주거지는 이런 곳이 아니라는 것에 생각지 못했던 혼동이 온다. 나는 서민이다. 그것도 오갈 때 없는 캐네디언이다.

이렇게 싼 일세의 집을 구한 것만으로 땡큐이다. 사장님은 방을 안내했다. 생각 이상으로 좁았다.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세탁기. 인덕션. 화장실겸용 샤워부스. 인터넷, TV , 이 정도면 훌륭하다. 시내도 가깝고 조용한 위치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1달 단기 예약을 권유드렸다. 최소한 2개월은 계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보증금 50만 원에 2달을 계약했다. 이전에 머물던 원룸 한 달 치 가격이다. 한 달만 살다 나가도 손해 볼 것 없는 경제성 검토가 끝났다. 집 없는 자의 속 좁은 생각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큰 것을 잡아야 하는데 사소한  월세에 방 구하는 일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이사이다. 거실이 있고 큰방이 있다. 일명 마스트 배드룸이다. 집에 권위를 상징하는 일종의 안방이다. 또 하나의 방이 있는데 사진에 담지 않았다. 분당중심가에 있는 대단위 오피스텔이다. 다섯 번의 이사, 이 집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캐나다 입국까지 거주가 결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국 한 달가량을 남겨 넣고 이곳에서 생활이 또한 설렌다. 혹시나 이곳 도심에 매료되어 떠나기 싫어지면 어떻게 할까, 살짝 고민되는 상태이다. 입주는 가격은 공짜이다. 공교롭게도 아들 지인이 일 년 동안 임대한 오피스털인데 사정상 월년말까지 비워있는 상태라고 흔쾌히 입주를 승낙했다.

입주한 오피스털은 분당에 랜드마크와 같은 서현중심가 안에 위치해 있다. 교통. 문화. 모든 것이 완벽한 도심 속에 있다. 사실 이곳이 처음이 아니다. 기러기 생활 8년을 청산하기 위해 아파트를 처분하고 캐나다 기기전 몇 달의 공백 기간을 이곳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대부분 이곳 오피스텔은 월세 개념이다. 낯설지 않은 계약조건이다. 캐나다는 전세 개념이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쉽게 납득이 된다. 오피스털 월세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 머물고 있는 크기 기준 월 2백 윈이상이다. 쉽게 생활할 수 있는 서민들의 오피스털이 아니다.


주변으로는 볼거리. 먹거리가 줄비하다. 거의 한 달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주변 식당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귀찮음일까.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가 정답이다. 17일이면 캐나다로 떠난다. 그날 방을 비워주기로 사전에 합의를 보았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생겼다. 17일 탑승할 비행기가 조종사 파업이 15~23일까지 예정되어 있다고 날짜를 변경하라는 통지문이 왔다. 빈좌석 가능 날짜가 24일이 최우선 날짜라 그날 출국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금의 집에 있기에는 비워주기로 한 날짜보다 일주일이 늘어났다'일주일을 위해 또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 6번의 이사가 되는 것이다. 아들은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임대인에게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다행히 일주일 더 기거해도 되다는 통보를 받았다.


6개월 동안 여러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어쩌면 축복일 수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때문이다. 하지만, 옛날 우리 부모님이 항상 하시던 꾸짖던 명언담이 있다. "이놈아 잠은 한 곳에서 자야 한다"이다. 이 말이 지금 이 상황에서도 맞는지 어머니에게 묻고 싶지만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분이 아니셨기에 답을 얻을 수 없다.


어머님의 말씀처럼 잠은 한 군데에서 잘 수 있는 실현의 날이 지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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