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에 만난 사람과 설렘이 있을까,
60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느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나이이다
60대 초반이 되어 한국으로의 역이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다. 한국에 입국 후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서먹서먹하고 낯설기만 했다. 마치 젊은 시절 까칠함을 동반한 낯가림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숙련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사람들과 적응의 시기는 차츰 친근한 감정으로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과연 60대에 만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은 생각으로 공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종로에 가끔 나가면 파고다 탑골공원을 지나칠 때가 있었다. 무리를 짓어 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뜨는 노인. 벤치에 몇 명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노인. 그마저도 친구도 없어 혼자 앉아서 시선의 초점 없이 행인의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인, 옛날에 본 탑골공원의 풍경이다. 그분들의 만남은 소통이나 설렘보다는 같은 장소에 같이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그땐 탑골 공원 풍경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버렸었다. 탑골공원에 모여있는 노인분들 중 60대가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옛날처럼 이라면 지금의 60대인 나도 탑골공원 어딘가에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전 한국에서 생활을 할 때와는 생활환경 자체가 전혀 달랐다. 그 당시에는 젊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과 명함에는 만족할 만한 직위라는 것이 존재했다. 지금은 60대라는 나이와 함께 이방인이라는 신분의 꼬리표가 붙어진 채로 한국에 와 있다. 과거 한국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다.
60대는 의욕만을 가지고 한국을 향해 출격의 포문을 힘차게 열었다. 소리 없는 포문이었다. 한국에 와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나이대를 만났다. 예전 한국 생활에 만났던 사람들은 나이대가 골고루 분산되어 있었다. 사회 활동 중심으로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고, 이번 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행보의 위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70대의 연령층도 몇 분 있었다. 노인이라는 생각보다는 형님 같은 느낌이 드는 분들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70대 노인이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이에 비해 건장한 신체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와서 사람을 만나 가끔 식사를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갔다. 자연스러운 식사는 고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진중감을 가지고 만났다. 60대가 되면 대체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그런 와중에도 기존 만나고 있던 주변 사람 정리에 들어간다고 한다. 된. 간장은 오래될수록 제맛이 난다고 했다. 사람 또한 오래된 친구가 사람냄새가 난다. 오래된 친구는 정리대상에서 제외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일종에 보면 보고 아니면 말고 같은 영혼이 없는 주변인들이 정리 대상이 될 것이다. 설렘의 만남보다는 진정한 관계를 원하는 계산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60대에 주변 사람 정리가 아닌
새로운 사람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물론 60대 이전의 관계와는 사회적인 환경차이도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기준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예전에 만남의 관계는 주머니 속에 깊숙이 넣고 다녔다. 지금은 손에 들고 다니다가 가끔은 손에서 내려놓는 관계가 60대 사람 관계의 현실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인간관계에 아무런 득과 실을 생각해 내지 않았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계산식이 없었다는 말이다. 다만, 만나면 즐거운 친구면 되었다. 그러한 친구들이 60대가 되면서 만나면 즐거움보다는 부담이 되어갔다. 만남을 생각하기 이전에 밥값. 커피값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력에 부담을 느껴가면서 친구의 수를 줄이고 뜻이 맞는 친구 하나둘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60대에 만나는 사람들의 목적이 달라졌지만.
일단. 이전 한국에 있을 때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십 년이라는 세월의 공백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연륜이 있기에 대충의 시선으로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혜안이 생겨났다. 나이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백세 인생 시대에 60대는 40대 같은 느낌으로 하향 조정을 해야 할 듯하다. 60대가 되면 확실히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얼굴이 보여왔다.
이번 7개월 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났을까,
몇 달 동안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느낌을 현실 속에서 펼쳐 놓아 보았다. 처음에는 일단, 설렘으로 내가 만난 사람들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처음에 만났을 때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몇 개월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느낌을 나름대로 인성을 정리해 보았다. 대부분 보는 느낌의 온도차는 나와 비슷한 온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A는 부지런했다. 솔직하고 항상 망설임 없이 주어진 일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는 여장부 스타일이다. 단점은 신중성이 좀 떨어졌다. 하지만. 의리가 있고 따뜻한 인간미가 있고 매사에 거짓이 없다. 솔직하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에게 비교적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다.
B는 과묵형이다. 매사에 과묵형이다. 행동이 매우 느린 편에 속한다. 때로는 답답하여 분통이 터질 때도 있다. 캐나다 라이프 스타일에 재격인 성격 소유자이다. 그는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점이 나와 닮았다. 하지만, 나보다 더 술을 좋아할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대작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다.
C는 자기 주도형이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그런 사람이 아니길 바랐다. 어떨 때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 같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변해가는 행동을 보게 된다. 사실 정체성에 대해 좀처럼 판단이 서질 않는다. 자기 성과를 남들에게 드러내길 좋아하는 여성임에는 맞다.
D는 순수형이다. 나이에 비해 순수보다는 순진에 가깝다. 아직도 세상 물정 모를 정도로 영혼이 맑다. 때론 고지식함이 대화를 단절시킬 때도 있다. 순수한 사람은 세상 살면서 상처를 많이 얻어간다. 강점은 시간관념이 확실하고 부지런하다. 그리고 솔직하다.
E는 D와 비슷한 성격이다. 팥 심은 데 팥이 나야 한다고 믿고 사는 사람이다. 남에게 속을 내보이지 않지만 한 사람에게는 충성을 다하는 충견과 같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표현력이 떨어진다. 진정한 그의 속을 아직도 파악해 내질 못하고 있다.
F는 사무적이다 오랜 기간 공직사회 환경이 사무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직업 탓일까, 일할 때에는 사무적이고, 이론적으로 일 처리를 한다. 항시 대충이 없다.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천상 공무원 출신이다. 융통성은 거의 함몰된 상태이다. 성격은 비교적 온순형에 가깝다
G는 오랜 시간 교직에 있었다. 주변과 별로 어울리거나 타협하기를 싫어한다고 본다. 실제적으로는 나와는 많은 대화는 없었지만 어떤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은 온다. 아마도. 사회생활의 전반보다는 교직생활에서 가져온 오랜 환경의 습관이 몸에 베였는지 모른다.
H는 모든 사람이 거리감을 두고 있다.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중 하나이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주위에 적들이 많았다. 단체든 어디든 나와 닮길 갈망하지만 꼭 한두 사람은 뜻이 달랐다. 나 또한 그녀 때문에 상처의 얼룩이 생겨났다. 그녀는 정치에 야망이 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우선 사람과의 관계부터 배워야 힐 젊은 여성이다. 그녀와는 만남의 실패다.
I는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우리 대열에 합류 시기는 비슷했지만 많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요즘은 가끔 개인적으로도 소통할 만큼 가까워졌다. 그녀도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정치를 한다면 서민과 함께 하는 인간미 넘쳐나는 정치를 할 것 같다. 앞으로의 행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다.
J는 평생 공직에서 잔뼈가 굵었다.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항상 그의 얼굴을 보면 겸손이 묻어 있다. 말수가 적다. 몸소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존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K는 의외로 카리스마적인 모습이 강하다. 하지만. 사람들 간에 갈등의 요소를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리더십이 강한 사람이다. 한때는 정치를 했던 사람이다. 주장도 강하고 주도면밀한 편이다.
L는 우유부단하다. 웃는 모습이 처음에 좋았던 사람이다. 항상 싱글벙글 웃는 형이다. 한때는 그의 겸손미에 존경스러웠던 분이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나만의 착각이 아니어서 안타까움이 있다.
M는 부자였다. 부자의 티를 잠시 벗은 것일까, 아님 겸손일까, 운영하고 있다는 카페도 가보았다. 풍경 있는 카페이다. 부러움이 멈춰 서질 않는다. 그는 속도 깊고 성격이 두리둥실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소심하고 까다로운 성격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의 속은 알 수가 없다. 나 자신도 나를 모르니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만한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람의 유형을 정리해 보면,
처음 만나는 순간 괜찮다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왠지 거부 반응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가면 또 다른 모습의 사람으로 변신되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좋았던 감정 그대로 유지시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처음 본 감정이 실망스러움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있다. 또한, 처음에 왠지 거부 반응을 가져왔던 사람이 볼수록 괜찮은 사람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의 단계를 거치고 나면 감정 속에 남아지는 사람들은 자신과의 인연을 결정짓어갔다.
이번 한국 방문중 만남의 성과는 어떤 것일까, 사람들 모두가 내 마음에 다 들어올 수는 없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 중에는 나와 같이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면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상대성도 존재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상대도 나를 싫어했다.
니이가 먹어갈수록 관계는 매우 중요했다. 젊었을 때에 만남에는 설렘이 독보적인 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60대의 지금은 설네임보다는 묵직하고도 편안한 관계를 우선시했다. 60대의 지금 나는 얼마만큼의 관계를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일까.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몇몇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의 교류를 나누고 있다. 앞으로 그들과 함께 한다면 언젠가는 만족할 만한 좋은 성과들을 얻어 갈 수는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