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양심이 30원

산책길

by 글지으니


저녁을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갖고 집을 나섰다. 공원 근처에서 도착해 쓰레기를 버리려고 카드를 찾으려고 내 옷들의 주머니를 세 번 네 번 찾아보았다. 카드가 없었다. '아니, 내가 나올 때 분명 갖고 왔는데!' 계속 주머니를 뒤져도 주머니 속에는 핸드폰 밖에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갖고 운동을 할 수 없다. 일단 쓰레기 버리는 곳에 작은 검은 봉지를 안 보이는 곳에 살짝 내려놓았다. 내가 쓰레기를 버릴 때 가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놔두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나처럼 이런 경우였나 싶었다.


나도 할 수 없이 안 보이는 후미진 곳에 쓰레기를 놓고 일단 운동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공원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나도 몰상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길을 건널 때 신호를 기다리다가 핸드폰을 꺼냈는데 그때 카드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 길을 따라가며 바닥에 카드를 찾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큰길 행당보도 옆 가로수 큰 나무 뿌리둥에 카드가 살포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길가 바닥에 떨어졌으면 사람들이 밟거나 가져갈 수도 있다. 그런데 큰길을 건너기 위해 길가 옆에서 기다리는 내 모습이 고대로 보였다. 요즘에는 떨어진 카드도 줍지 않고 내 버리둘 정도로 한국은 여러 가지로 여유로워졌다. 그런데 나는 양심을 30원도 안 되는 것에 팔 뻔했다.


만약 남편이랑 같이 산책을 나왔다면 나보고 칠칠맞다고 폭풍 같은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서로 다르게 운동을 나왔다. 난 가까운 공원에, 남편은 좀 멀리 있는 공항 근처 저수지에 산책을 갔다. 둘째가 차를 가져갈 때는 우리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산책을 간다.


우리 부부는 오후 4시쯤이면 일찍 일이 끝난다. 어제는 밥을 다 먹고 나니 6시도 안 됐다. 저녁을 적게 먹어야지 하면서 집밥은 뷔페 같아서 그런지 점심보다 더 먹는다. 나이가 드니 소화도 안되고 배가 나온다. 우리 부부는 누구 배가 더 나왔다고 하면서 늘 서로 놀린다. 내가 저녁에 운동을 귀찮아할 때면 남편은 나보고 돼지가 따로 없다고 놀린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가까운 공원에 가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큰길을 여러 번 건너고 동네를 한참 지나서 있는 저수지 둘레를 가려고 한다. 남편은 그곳이 넓고 시원하게 트여서 운동이 된다고 한다. 난 나무가 많은 공원이 좋다. 그래서 난 운동보다 산책이고, 남편은 산책보다 운동이다.


돌아와 양심을 30원도 안 되는 돈에 팔 뻔한 산책을 모르는 남편을 보며 나는 웃었다. 남편도 멀리 운동 가기 싫어 재빠르게 산책을 나간 나를 보고 웃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