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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산, 엄마산

형제산!

by 글지으니


"엄마, 저 아줌마가 저기 있는 산보고 아빠산, 엄마산, 형제산 이래!"

어제 방어축제에 갔다 오다 송악산에 들렀다. 한라산과 산방산, 형제섬이 피사체가 선명하게 네 눈 속으로 들어왔다.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에 놀라고 더 푸른 바다에 정신을 놓으며 지나가는 아이가 했던 말을 나는 읊조렸다.


제주에서 방어축제가 있는 날은 초겨울 날씨로 겨울만큼 춥다. 방어축제를 하는 모슬포는 바다 바람으로 바람코지라고도 할 정도로 바람이 분다. 그러나 어제는 매서운 바람이 아니라 따스하고 눈이 부실만큼 화창하고 깊은 가을이었다. 그곳에 근무하는 고모부 덕분에 시집 식구들과 방어회를 배부르게 먹고, 우리 부부는 파란 물이 든 하늘과 에멜라드 빛 바다를 보러 송악산에 갔다.


송악산에 오니 아이들이 생각났다. 큰 아이가 4살 때 둘째가 백일 때 남편은 영어학원을 개업하면서 나는 남편을 도와야 했다. 올케언니에게 둘째를 맡기고 큰 애는 학원에서 돌보며 학원을 시작했다. 엄마 손이 많이 갈 때 남편을 도우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백일 된 둘째에게도, 4살 된 어린 큰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큰 아이는 4살 때부터 학원에서 놀았고 백일 된 둘째는 올케 언니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했다.


큰 아이가 유치원생이 되니 동생이 어린이 집에서 돌아오면 동생과 함께 아파트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있다가 집으로 갔다. 같은 아파트 미용실 아줌마는 큰 애가 작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것이 참 기특하다고 했다. 그렇게 큰 아이는 동네에서 어린 동생의 손을 늘 꼭 잡고 다녔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니 나는 둘이 목욕을 하게 내버려 두었다.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와 어떻게 놀아야 되는지 몰라 힘들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서 둘은 엄마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놀았다. 나는 둘이 노는 모습을 늘 지켜보기만 했다.


남편과 나도 함께 있으면 늘 투닥투닥 다투듯이 아이들도 서로 다투었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았다. 우리 부부가 그런 것처럼 둘도 그 시간을 지냈다.


송악산에 갈 때면 형제섬을 보며 나는 두 아들을 생각한다. 여러 번 이곳에 왔지만 오늘처럼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은 없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파란 하늘과 바다 위에 있는 한라산은 남편 같았고 산방산은 나를 닮아 보였다. 형제섬은 서로 손을 잡고 싶어서 마주 보는 두 아이 같았다.


한라산과 산방산은 같은 육지지만 형제섬은 바다를 두고 있었다. 이렇게 큰 아들은 바다 멀리 캐나다라는 산에서 동생을 생각하며 늘 안부를 묻는다. 나는 둘이 서로 다른 산에 살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처럼 아이들도 서로를 생각하며 늘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아들은 언제 들어왔는지 신발이 놓여있다. 자고 있는지 방문이 닫혔다. 요즘 둘째는 낮과 밤을 바꾸며 산다. 이제는 새벽에 들어와 쪽잠을 자고 아침에 또 학교에 간다고 한다. 남편은 "둘째가 잠도 안 잘만큼 열심히 하는 걸까?" 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아이가 방황을 하더라도 다른 것에 한 눈을 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서 자신의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집은 하숙집이 된 지 오래다. 그래도 하숙집을 바꾸지 않고 들어와서 집밥이라도 먹고 갔으면 좋겠다.


몇 살 더 많은 큰 아이는 동생을 돌보듯 자신의 일에도 책임이 강한 아이로 컸다. 자신보다 동생을 걱정하고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 하지만 동생은 형이 자기 몫을 잘하는 것처럼 둘째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에 책임을 다하려고 한다. 큰 애는 멀리서 함께하지 못하는 동생을 늘 걱정하며 그리워한다.


형제섬을 바라며 큰 아이는 어렸을 적 동생 손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아직도 동생 손을 꼭 잡으려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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