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가?
아침에 일어나니 쌩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다른 때는 시원하게 느끼던 바람이 추워지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내 마음도 움츠려지니. 날씨를 생각하다 보니 사람이 이렇게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창한 날에는 내 마음도 맑고 투명해지면서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캄캄한 이른 아침에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니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주말에 햇살이 바다에 눈이 부시게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에 집 소파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보고 있었다면 이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각자 자신이 선택한 시간을 갖는 것 같다. 각자 선택한 일이 다르고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간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쉬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나는 보낸다. 하루사이 갑자기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서 퇴근하는 오후부터 날씨가 컴컴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내 마음도 우울해진다.
저녁에 식사준비를 하는데 남편이 간단히 먹자고 했다. 나도 저녁을 배부르게 먹으면 운동하러 가야 해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우리도 겨울잠을 자듯이 저녁을 안 먹어 볼까" 했다. '저녁 차리기 싫어서 별소리를 다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리기만 하는 저녁대신 간단히 먹고 남편은 소파에서 TV를 보더니 6시도 안 되는데 몇 시간 잠을 잔다.
어제 눈이 부시게 날이 좋아 먼 산과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며 황홀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바람소리에 우박까지 내려 몸이 움츠리며 겨울잠을 자고 싶다니! 날씨 하나로 하루가 이렇게 다르게 생각되었다. 겨울은 겨울답게 여름은 여름다워야 생명력이 제대로 순환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덜 춥고 여름은 덜 더웠으면 좋겠다. 날씨하나로 사람 마음이 바뀌니 말이다.
나도 날씨 때문인지 읽던 책 한 권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생각하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이 있고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불 같은 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겨울이라 춥겠지만 그래도 움츠린 마음은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겨울이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니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아니니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