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것.
어릴 적에 감기가 걸리면 편도선이 많이 부었다. 그런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것은 아빠였다. 엄마는 집에서 집 밖에서 너무 바빠서 내가 아파도 관심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일을 하셨다. 자신보다 우리를 위해서 끝없이 일을 했다. 그렇게 엄마는 그 많은 일을 하고 얻은 것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작지 않은 부였다. 하지만 그 부를 얻기 위해 엄마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내주어야 했다.
엄마는 우리가 전부였고 자신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만 싶어 하는 송어 같은 인생을 사셨다. 우리를 위해서 사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바쁜 일상으로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줄 수는 없었지만 엄마의 시선은 항상 우리에게 향해 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점심으로 감자를 쩌 나와 먹으면서 "내일은 엄마 생일이네! 엄마는 치약과 칫솔이 필요한데." 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가 원하는 치약과 칫솔을 선물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따뜻한 봄에 포슬포슬한 감자를 먹으면서 엄마의 그윽한 눈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따뜻한 봄처럼 포슬포슬한 감자처럼 엄마의 눈이 따뜻하고 포슬거리는 것 같다. 엄마는 2남 5녀를 낳고 이빨이 다 흔들리고 일에 지쳐 이빨도 자주 닦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이른 나이에 틀니를 했고 여기저기가 아플 땐 진통제를 먹으면서 일을 하셨다.
그리고 얻은 것은 우리의 철없는 미소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엄마는 이가 다 빠지고 뼈가 부서지게 일을 하고 얻은 것은 우리였다. 우리가 전부였다. 엄마의 숭고한 사랑 아빠의 세심한 관심을 받은 나는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랑을 주며 살고 싶다. 처절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가 값없이 잊히지 않게 하고 싶다. 내가 사랑받은 만큼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어야 하는 숙명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떠한 일을 할 때 즐거운가?"
"무엇이 내게 열정과 보람을 가져다주는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일이 있는가?"
"무슨 일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p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