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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으니 Mar 08. 2023

보고 싶은 사람.

좋아한다는 것.

어릴 적에 감기가 걸리면 편도선이 많이 부었다. 그런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 것은 아빠였다. 엄마는 집에서 집 밖에서 너무 바빠서 내가 아파도 관심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일을 하셨다. 자신보다 우리를 위해서 끝없이 일을 했다. 그렇게 엄마는 그 많은 일을 하고 얻은 것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작지 않은 부였다. 하지만 그 부를 얻기 위해 엄마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내주어야 했다.

엄마는 우리가 전부였고 자신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만 싶어 하는 송어 같은 인생을 사셨다. 우리를 위해서 사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바쁜 일상으로 세세하게 관심을 가져줄 수는 없었지만 엄마의 시선은 항상 우리에게 향해 있었다. 언젠가 엄마가 점심으로 감자를 쩌 나와 먹으면서 "내일은 엄마 생일이네! 엄마는 치약과 칫솔이 필요한데." 하면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엄마가 원하는 치약과 칫솔을 선물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따뜻한 봄에 포슬포슬한 감자를 먹으면서 엄마의 그윽한 눈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따뜻한 봄처럼 포슬포슬한 감자처럼 엄마의 눈이 따뜻하고 포슬거리는 것 같다. 엄마는 2남 5녀를 낳고 이빨이 다 흔들리고 일에 지쳐 이빨도 자주 닦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이른 나이에 틀니를 했고 여기저기가 아플 땐 진통제를 먹으면서 일을 하셨다.

그리고 얻은 것은 우리의 철없는 미소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엄마는 이가 다 빠지고 뼈가 부서지게 일을 하고 얻은 것은 우리였다. 우리가 전부였다. 엄마의 숭고한 사랑 아빠의 세심한 관심을 받은 나는 사랑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랑을 주며 살고 싶다. 처절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가 값없이 잊히지 않게 하고 싶다. 내가 사랑받은 만큼 더 많은 사랑을 돌려주어야 하는 숙명이 나에게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떠한 일을 할 때 즐거운가?"
"무엇이 내게 열정과 보람을 가져다주는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일이 있는가?"
"무슨 일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p193




"엄마는 꽃이 참 좋아! 그래서 엄마가 죽으면 꽃을 많이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그래서 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날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꽃을 좋아한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아빠도 꽃을 좋아해서 그런지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그런지 집을 지으시고 연못을 만들고 많은 꽃나무와 꽃들을 심으셨다.

그중에서 연못 정원에 추운 바람을 뚫고 겨울을 이겨 낸 앙상한 가지에 핀 매화꽃 몽우리를 잊을 수 없다. 지루한 겨울을 보내고 새순보다 먼저 꽃 몽우리를 만들었던 매화꽃을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보고 싶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나의 아빠의 정원은 지금은 내 마음속에 피지만 지나는 길에 자색 목련을 보면 다시 아빠가 심어놓은 그 자색 목련이 생각난다.


​이렇게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을 느끼며 살지는 못했는지 불현듯 제2의 인생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중이다.


​자신을 알고 장점을 찾으며 내가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 있다. 꽃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부모님이 심어놓은 감귤 주스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점점하게 된다. 생각이 나를 만들고 생각한 대로 된다는 것을 믿으며 오늘도 책을 읽고 정리하며 나의 마음을 바라본다.


'엄마가 지금 이렇게 꽃을 심어놓은 내 집에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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