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밴드'의 백가영, 삶의 순간을 얘기하는 '반대과정이론'
주말 번화가를 나가면 만날 수 있는 거리 공연, 유쾌한듯 노래하는 그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삶에 대한 여러 생각과 고민이 가사로 녹아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최근 꾸준히 음악을 소개하며 앞서 말했던 그런 소위 인디라 불리는 음악이 가진 느낌을 전하지만 한편으론 익숙한 대중성도 지닌 노래와 음악인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경쾌하게 때론 고백하듯 들리는 음악 속에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과 메시지를 전하는, '안녕하신가영' 바로 '백가영'의 노래입니다.
잘 지내니, 좀 어떠니
누군가 잘해주는 사람은 있니
이젠 친숙한 이 노래부터. 1박2일 등 방송을 통해서, 어쩌면 동네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우연히 들었을 익숙한 노래.
바로 '좋아서 하는 밴드'의 '잘 지내니 좀 어떠니'
이 노래는 ‘좋아서 하는 밴드’가 오랜시간의 거리공연 후 소개했던 1집 ‘우리가 계절 이라면’에 수록된 베이시스트 '백가영'의 곡이죠.
사랑이 끝나면 우린 약속한 듯이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랑을 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처음 제목을 알게 되었을 때 '뭐지, 내 이야기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인상적이었어요. '좋아서 하는 밴드'를 또 '백가영' 그녀의 음악을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게 한 대표곡.
왜 늘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나를 사랑하진 않았던걸까?
'좋아서 하는 밴드'의 베이시스트 '백가영'은 이후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반대과정이론’은 '안녕하신가영'이 2014년 소개한 EP 앨범명이자 수록곡의 제목.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왜 대부분의 경우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또 왜 나는 나를 좋아했던 사람은 사랑할 수 없었을까?'
그녀가 부른 '반대과정이론'은 분명 복잡하지만 자주 접해왔던 내 상황에 대한 힌트가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겐 현재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던 순간과
혼자가 아니지만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에서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면
어쩌면 너도 나를 사랑했을텐데
나를 외롭게 하는 사람과 내가 외롭게 했던 사람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과 내가 슬프게 했던 사람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과 내가 웃게 만들었던 사람
너를 사랑했던 사람과 나를 사랑했던 사람
음악이 시작되면 경쾌한 첫 느낌과 함께 먼저 소개한 '좋아서 하는 밴드' 음악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도 드는 노래. 하지만 이 후 가사를 한 두 번 주의 깊게 듣고나면 삶에 대한 특유의 고민이 더 다가와 나름의 생각을 듣는 이 스스로 하게 만드는 그런 곡.
'안녕하신가영'의 '반대과정이론'
'반대과정이론'이라는 이 곡의 제목은 '잘 지내니 좀 어떠니'와는 반대로 처음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얘길까 궁금하게 하더군요. 저와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미리 생각한 그녀의 배려일까요, 그래서인지 앨범 설명을 통해 그녀는 이 제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 솔로몬(Solomon)은 사람은 언제나 서로 대립하는 두 쌍의 정서를 동시에 느낀다고 말하며 이를 '반대과정이론'이라 정의했다.
이 '반대과정이론'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항상 자신의 감정이 중립에 위치하길 원하는 것으로, 누군가 기쁜 일을 맞이했을 때 그 감정보다는 조금 뒤늦게 그 반대의 슬픈 감정이 형성되어 끝과 끝에 있는 감정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네들의 사랑도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안녕하신가영의 첫 번째 EP [반대과정이론]은 솔로몬의 이론을 사랑에 적용시켜 새롭게 정의한 앨범이다.' (소니뮤직)
제목에 대한 설명보단 MV를 통해 음악과 함께 유심히 가사를 듣는게 어쩌면 우리에게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그녀의 메세지를 더 이해하기 쉬운 방법 같습니다 :)
하지만 삶과 사랑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조금은 경쾌한 느낌의 멜로디에만 붙일 순 없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2015년 소개한 앨범 '순간의 순간'에선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너의 웃는 모습은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전부 잊게 만들었지만
꽉 찬 느낌을 주는 12트랙으로 구성된 2015년 소개한 첫 정규 앨범 '순간의 순간'에는 전작의 느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어른인 듯 아닌 듯'이나 '재미없는 창작의 결과'와 같은 노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음악들이 흐릅니다.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순간의 순간', '너와 나' 등이 그런 곡들이죠.
전체 앨범 분위기를 잘 느끼게 하는, 싱글로도 발매되었고 앨범 '순간의 순간'에도 수록된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노래. 1집 마지막 트랙인 '오늘 또 굿바이'와 함께 제목처럼 정말 밤에 들으면 더 좋은 음악.
눈을 뜨면 더 어두운 밤
눈을 감으면 환하게 빛나는 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항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눈을 뜨면 네가 없어서
눈을 감아야 너를 볼 수 있는 밤
너를 생각하면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이 노랠 들어보면 이야기했듯 먼저 소개한 두 노래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죠.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외에도 정규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음악들은 '안녕하신가영'이 삶과 사랑을 지켜보며 모두가 느끼지만 쉽게 표현하진 못했던 여러 순간들을 노래에 담아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더욱 노래에 공감하게 하죠.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순간의 순간' 역시 그런 의미에서 추천해 드립니다.
음악글인데 오늘은 '안녕하신가영' 덕분에 뭔가 삶 또는 연애를 위한 지침글 같은 느낌으로 마무리 되네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에겐 오늘이 즐거운 하루 그리고 또 주말이었을 거라 믿으며 소개해드린 곡들과 함께 또 다른 그녀의 음악들 역시 들어보면 어떨까 전해 봅니다.
+1. '풋풋'의 월간 작업 '달달프로젝트'와 '안녕하신가영'을 함께 소개하려다 두 글로 발행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나누었습니다. '풋풋'의 '달달프로젝트'가 주는 메세지와 닮은 부분도 보이지만 하나의 같은 글에서 소개하기엔 적다보니 다른 음악 색깔을 가졌다 계속 생각되었어요. 인생에 대한 고민이 담긴 또 다른 음악, 긍정 에너지 넘치는 '풋풋'. 그녀들의 7번째 달달프로젝트 '퇴근길'은 여기에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kecake/15
+2. 브런치 매거진 '동네 음악 방송국'의 표지는 'superkimbob(슈퍼김밥)'님이 그려주셨어요. 이쁜 표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