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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Sep 18. 2015

'잠시 길을 잃었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잃은 이별에도 바뀐 계절에도 어울리는 음악

방향감을 잃는 게 이별인가 봅니다. 길을 잃고(잠시 길을 잃다), 어디로 가야할지 묻고(이별택시), 모든 것이 멀어지는(그녀) 그런 상황들이 노래말에서 빠지지 않으니까요.

계절 중엔 추워지고 낙엽지는 가을과 묘하게 더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지난 이야기('가끔 네가 미치도록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에서 다루지 않은 곡들이 더 궁금하다면 어쩌면 그건 상황 때문일 수도 계절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소개하는 노래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 이별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 위로받고 공감하게 되는 노래들이면서 한편으론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노래들.



잠시 길을 잃다, 백예린(015B 신보미, 유성은)


잠시 길을 잃었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
난 늘 너란 길만 걸었으니까
낮엔 괜찮아 바쁘게 지낼 수 있어
밤이 오면 다시 길을 잃어
울고 울다 새벽이 되잖아


https://youtu.be/sDYFXytyaqc

[SBS]명랑특급, 잠시 길을 잃다, 백예린 라이브, SBSradio100 유튜브 채널


015B가 오랜 공백 후 내놓았던 7집 'Lucky7'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신보경이 불렀습니다. 90년 대 '015B'라는 팀이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에 그녀 외 케이준 등 새로운 보컬들에게 기회일 듯 예상되기도 했지만 기대보단 전반적으로 주춤했던 것도 같아요.


하지만 최근 예능과 경연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그 덕분에 과거 좋은 곡이지만 큰 인기는 얻지 못한 노래들이 재조명 받는 기회가 늘어났죠. 이전 글에서 소개한 015B의 또 다른 곡 '1월에서 6월까지'도 그렇고 이 노래 또한 다시 부르며 새롭게 관심을 받으며 알려진 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에 관심을 갖게된 건 숨은 보컬을 찾는 예능 프로그램인 '보이스코리아'의 '유성은'이 부르면서일 겁니다. 이 후 노래 잘하는 여성 보컬들이 부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번 글에 소개하는 영상은 라디오 프로그램 중 진행된 '백예린'의 라이브입니다. 이 버전도 좋네요.



이별택시, 김연우


와이퍼는 뽀드득 신경질 내는데
이별하지말란건지
청승좀 떨지말란 핀잔인건지
술이 달아오른다
버릇이 된 전화를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내몸이 기운다


https://youtu.be/yfkWH2AGPJY

The ebs space_620회_김연우 - 이별택시,


이런 가사는 누가 쓴 거지 생각이 들면, 이런 노래는 누가 부른거지 궁금해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익숙한 이름들. 그들이 만든 노래.


일상적인 가사를 만들 줄 아는 '윤종신'과 제대로 느낌을 전하는 '김연우', 그리고 작곡 '김승진'과 편곡 토이 '유희열'. 이 괜찮은 음악적 조합 덕분에 팬들이 기대하고 좋아하는 '윤종신'이나 '토이' 초기 음악의 감성을 한 껏 느낄 수 있는 이 곡이 나온 것 같습니다.

가을과도 잘 어울리는 이 노래, EBS space 공감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보시죠.



그녀, 에피톤 프로젝트(사랑의 단상 Chapter 5. The Letter From Nowhere)


나는 너의 아주 오랜 쉴 곳이기를 바랬었네
언제라도 같은 꿈이길 믿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넌 멀어지네
너와의 모든 것이


https://youtu.be/5l-DFl-Y0ic

에피톤 프로젝트 - 그녀(사랑의 단상 Chapter 5. The Letter From Nowhere), pastelmusic 유튜브 채널


다시 찾아 온 '사랑의 단상 Chapter 5'의 노래. 지난 이야기('가끔 네가 미치도록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에서 '짙은'의 음악을 소개하며 두 개의 타이틀 곡이라고 했는데 이번엔 그 다른 한 곡입니다. 뮤직 비디오 또한 이어져있죠.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의 '그녀'.


2008년 시작된 '사랑의 단상'은 2014년 발표된 'Chapter 5'를 위해 두 달 조금 넘는 67일 간 총 1255통의 사연을 접수하는 과정을 가졌고 그 중 10개의 사연을 노래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이 노래는 오프라인 사연접수함을 디자인한 '매터 앤 매터' 브랜드 매니저의 사연으로 구성된 곡이라고해요.


이번 앨범에는 소설가 김연수가 작성한 서문이 삽입돼 문학적 가치를 더했다. 김연수 작가는 "다섯 번째 '사랑의 단상'은 그 충만한 부재, 이제는 텅 빈 사랑에 따뜻한 음률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라며 메마른 현대 사회를 보듬는 이번 앨범의 의미를 되짚었다.


파스텔뮤직의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문학적 가치를 위한 서문을 포함했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등 롤랑바르트의 저서 '사랑의 단상'을 제목으로 차용한 감성 프로젝트다운 컨셉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속적인 정성의 결과로 우리는 감성적인 음악으로 가득한 결과물을 만날 수 있는 것이겠죠.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지난 글과 이번 글에 소개해드린 노래를 들으며 휴식과 함께 성적인 또는 회상의 시간을 가져 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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