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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라고 불립니다
Oct 24. 2021
독일에서 여자,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부모님 계신 집에서 같이 자는 청소년들
"우리는 언제 네 여자 친구랑 아침을 만나서 굿모닝? 하고 같이 아침 식사를 하냐?"
17살인 아들에게 아직 여자 친구가 없자 친구가 아들에게 한 말이란다.
독일 가정도 아니고, 2세인 아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한국 엄마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오오, 앞선 엄마!"라며 친구 앞에서 수선을 떨었지만, 독일에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긴 하다.
청소년들의 첫 연애는 첫 경험을 의미하기도 한다. 데이트의 끝은 '집'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렇게 자기 방에서 같이 잔단다. 그렇게 때로는 여자 친구 집에서 혹은 남자 친구 집에서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같이 잠을 잔다.
17살 아들을 둔 Eli도 종종 지난주에 아들 여자 친구가 주말에 내내 집에 와있어서 장을 많이 봐야 했다는 둥, 아들이 여자 친구랑 여행을 갔다는 둥 이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여기서의 나이가 만 나이라서 한두 살씩 올려서 생각해도, 우리나라 나이로는 20살이 안 된 나이인 건데.
공식적인 만 18살의 성인이 되면, 대부분의 독일 아이들은 독립을 한다. 그것이 학교 기숙사든 일반 집이든지 부모에게서 독립을 한다. 독립에 대한 비용은 부모들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부모들은 철저한 재정독립을 또 어떤 부모들은 부분적인 독립을 또 어떤 부모들은 전적인 비용을 부담하기도 하는 등 달라서 다 어떻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18살의 독립도 보통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 독일 친구인 Ale의 딸은 최근 남자 친구와 동거하기 위해 독립을 했는데 올해 30살이다. 물론 Ale의 집이 너무 크고 직장도 우리 동네라서 그럴 수 있다 해도 서른까지 같이 사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남자, 여자 친구가 있는 연인들은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뭐하러 집세를 이중으로 내냐는 제법 현실적인 이유를 들지만, 동거가 아무렇지도 않은 게 독일이다. 동거하는 남녀 사이에 아기가 있으면 관공서에 서류에 사인만 하면 일반 부부의 아이들처럼 법적인 모든 것이 동일하다.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청소년들의 빠른 첫 경험(?)을 생각하다가 어차피 있을 일이라면 차라리 집에서가 더 나은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 부모들이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인 것을 감추기보다 양지로 드러내려는 의도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길거리나 카페에서 키스하는 연인들이 종종 보이지만, 외국이야 더 아무렇지도 않은 광경이다. 수영장에 가도 물속에서 끌어안고 무아지경으로 키스하는 청소년 연인들을 종종 본다.
친구와 농담으로, 우리 동네의 수영장은 우린 야간에 가지 말자며(야간이 저렴하기도 하고 조명들의 분위기가 좋아서 데이트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수영하다가 봤는데 물속에서 서로 끌어안은 아들이랑 여자 친구를 만나면 수영하다가, 응, 안녕! 하기도 그렇지 않니? 하는 이야기를 웃으며 한 적이 있었다.
성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은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길거리에 대문짝만 한 광고판의 콘돔광고가 그러하고, 성감염 방지를 위한 예방백신 광고가 그러하고, 뭐 브래지어 팬티 같은 속옷광고는 너무 흔하고 말이다.
TV만 켜도 이게 성인방송인가 싶은 장면들이 무수히 나오고, 신문에도 대문짝 한 만 민망한 사진들에 얼굴 붉히는 건 여전히 나 혼자다.
예전에 남편이 음대를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오페라 공연이 있을 때, 공용 대기실에서 독일 여자애들이 옷을 휙휙 벗으며 갈아입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다른 친구가 어떤 애는 티팬티를 입고도 그냥 갈아입더라며 놀란 이야기를 해서 어머어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하며 같이 흥분했던 적도 있다. 그게 무려 20년 전... 물론 지금은 노브라에 얇게 비치는 흰 티를 입은 여자를 봐도 무덤덤하게 지나치는 정도가 되었고,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한국 남자애가 아침에 샤워하러 들어가는데 옆방 여자애가 샤워하면서 굿모닝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며 놀라 하면 "야, 독일이 그래!" 하면서 말할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아직도 적응이 안 돼서 쉬이 경험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남녀공용인 독일의 사우나다.
아주 오래전에 멋 모르고 사우나에 간 적이 있었다. 친한 언니네 부부랑 우리 부부랑 쾰른 쪽으로 여행을 갔다가 근처의 어떤 수영장을 갔는데 그 수영장이 사우나랑 연결이 되어 있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수영장 티켓을 산 사람들은 사우나가 공짜라서 우리 오랜만에 한증막에서 지지자! 하고 들어갔었더랬다. 먼저 사우나에 들어갔던 언니 남편이 후다닥 나와서 남녀공용이라고 말을 해서, 우리는 부부끼리 두 쌍이 들어가 만날 뻔한 재난(?)을 예방할 수 있었다(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도 온 김에 가자! 하며 남자들끼리 먼저 들어가서 얼른 씻고 나오고, 언니가 허리가 아파서 우린 좀 지지고 나오자고 나랑 언니가 큰 수건을 두르고 들어가서 사람이 가장 적은 한증막을 찾았다. 마침 온도가 좀 높은 한증막이 있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마도 독일 사람들은 뜨거워서 여긴 안 들어오나 보다며 안심을 하고 수건을 깔고 눕다가 엎드리다가 잠이 들었는데, 언니가 나를 쿡쿡 찌르며 나가자고 해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한증막 안은 벗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주섬주섬 수건으로 두르고 우리끼리만 얼굴을 붉히며 얼른 나왔던... 그 후로는 사우나를 가 본 적이 없다가, 우리는 그래도 한국 사람인지라 뜨끈한 게 당기는 때가 있어서 '남자의 날'과 '여자의 날'에 가본 적이 또 한 번 있었다.
남편이 연주회가 있어서 북쪽 어느 도시에서 며칠 머무른 때가 있었다. 그 동네에 마침 '남자만 들어가는 날'이 있어서 사우나에 갔다. 한증막에서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 엉덩이를 쓰다듬는 게 느껴지더란다. 놀라서 깨보니 어떤 남자가 자기 옆에 와서 같이 눕자고 했단다. 그래서 싫다고 하며 한증막을 박차고 나왔는데, 나와서 보니 다들 둘씩 짝지어 다니고 있더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우나의 '남자의 날'은 동성애자들의 날이었다. 그 후 놀란 남편은 다시는 '남자의 날'사우나를 가지 않았다.
나는 이곳에 이사를 와서 친구랑 '여자의 날'에 사우나에 갔다. 사우나에 관한 이런 경험들을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우나를 가봤던 친구가 우리 동네는 그냥 여자들만 사우나를 하는 날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갔었다. 조용했고 좋았긴 했지만 독일의 사우나는 지졌다! 할 정도로 뜨끈하진 않아서 잘 가진 않게 된다.
독일 가정의 가족들은 사우나를 온 가족이 같이 가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시아버지랑 며느리가, 장모랑 사위가 같이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조합이 아닌가? 사우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문화 중 하나다.
그러고 보니, FKK라는 나체로 수영하는 바닷가도 있다. 우리가 예전에 바닷가가 있는 도시에서 살 때, 일반 바닷가 옆쪽에 그런 바닷가가 있었다. 말 그대로 다 벗고 들어가야 한다. 예전에 거기 살던 사람들이 우와~ 구경 가자! 하면서 갔다가 도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문제는 나도 벗어야 들어갈 수 있대서 못 들어갔다고 해서 엄청 웃었던 적이 있었다. 당연한 건데 말이다.
그래도 독일에서는 바닷가나 수영장에서 그냥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도 있으니 놀라지 말아야 한다.
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지 아직도 이해는 안 가지만, 20년의 세월을 살다 보니 너무 헉! 하고 티 나게 놀라서 그들을 놀라게 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예전에 친구가, 바닷가에서 그냥 벗고 옷 갈아입는 할아버지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질러서 그 할아버지가 더 놀라서 욕을 들었던 웃지 못할 경험담이 있다)
그나저나, 우리 아들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하게 될까?
쿨하게 집에서 재우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호들갑스러운 엄마를 아는 우리 아들들은 독립할 때까지 연애를 안 할 거 같은 느낌이 들긴 하다.
슬픈 예감인지 나름 다행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 글에는 사진첨부를 하지 못 했다. 이 글에 어울리는 사진들은 뭔가 19금이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