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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Nov 10. 2023

쇼윈도 세대, 현재를 살다

수많은 착각으로 현재를 이어가다

가을은 제 일을 거의 끝낸 듯 준비가 덜 된 겨울을 앞장서서 고 왔다. 오늘은 겨울이 묶어 온 바람과 초겨울의 습도, 온도까지 한 몫한다. 쓸쓸한 겨울의 기온이 아직은 섣부른 판단처럼 내가 속한 자연에 어울리지 못했다.  포근함에 뭉친 솜뭉치가 이미 깨어난 이성을 좀 더 잡아두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은 따뜻함을 벗고 고독한 새벽, 너무나 깊어 헤어날 수 없는 적막한 가을과 다시 만났다.



# 인별그램

적막이 자연스러운 고요한 새벽, 반짝이는 불빛을 확인한 후 반가움에 가슴이 두근거렸어. 불빛의 흔적을 찾아 근원을 향해 손가락에 강한 힘을 주고 스치고 지나려는 인연을 겨우 잡았어. 그곳엔 빨간 정열의 하트가 저장되어 있더군. 잠시 기웃하며 내 글 내 사연 내가 읽은 책을 올리느라 두리번거리다 한 번씩 그들의 영역에 들리곤 했어. 모두가 임대한 그곳  공간을 잠시 빌려서 글을 올렸지. 시, 공간을 빌리듯 불편한 상황에서도 나는 우뚝 솟아있는 나의 글에 환상을 갖다 붙이며 곧 빛나리라 기대하고 있었지. 불꽃 축제에서 본 불꽃의 아름다움처럼 내 글이 빛나리라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가끔 집 앞 벨을 누르거나 두드리는 그들과 마주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너무나 반갑고 감사했지. 내가 그랬던 걸까. 내가 그랬던 거처럼 한 번씩 결이 맞는 게시글을 읽으면서도 감동보다는 습관적으로 다음 글을 차곡차곡 넘기는 누군가가 거기 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차곡차곡 습관적으로. 누군가에겐 아픔이 될 만한 일이 나에겐 그저 무력하게 다가왔고 어떤 이에겐 무기력한 일상, 쇼윈도로 그려진 일상이 동경으로 가려진 내 시선을 끌기도 했지. 그곳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을 만들어 냈어. 화려하게 때론 소박하게. 표면에서 그곳은 사업장이 되기도 했으며 소통의 출발점이 되기도 .

소식도 사건도 문제도 축하도 마녀사냥도 모두 그곳에서 시작되었어. 마치 새로운 역사가 그곳에서 시작되듯. 우린 왜 멈출 수 없는 걸까.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건지.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영향력이 훨씬 많았던 걸까.



#나의 페르소나

명절  마음으로 믿고 옆에서 항상 힘이 되어주는 언니에게서 안부문자가 어. 그런데 그때 나는 명절과 아이들 시험기간이 겹쳐 너무나 정신이 없었어. 바로 답을 못했지. 미안한 마음이 자꾸 커지며 언니를 생각하는 초심은 시간 속으로 밀려나 버렸어. 마음 한구석의 불편함을 대신해 상황과 내 성향을 시간으로 변명하고 합리화했어. 난 원래 그냥 쇼윈도에는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그런 게 불편해서 경직된 얼굴 근육이 잘 안 움직였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러웠어. 진심으로 걱정하고 차분히 생각한 뒤 메모를 남기곤 해. 바쁘다는 이유로 가볍게 임시방편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진 않았다고. 이후 학생들의 시험이 끝나갈 무렵 언니에게 연락을 했어. 잠시 숨어버린 언니의 마음은 그 자리에 있었어. 여전히 반갑게 언니 색깔의 사랑 가득한 마음을 바로 꺼내어 확인해 줬지. 어디에도 도망치거나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은 언니 마음에 감사함이 부풀어 올랐어.


이후 약속을 정해 언니와 지인을 함께 만났어. 언니의 마음그 어디에도 도망가거나 밀리지 않았어. 미소도 여전했고 분위기도 그대로였. 가을과 함께 카페 앞에서 예약되어 있던 단풍을 고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언니를 보며 멋진 가을빛을 뽐내는 단풍나무처럼 보였어. 주차를 했고 카페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먼저 기다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을 보자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갑자기 마음 급해졌지. 잠시 차분해도 상관없었는데... 뭐가 그리 불편했을까. 나의 성향이라고 하기엔 가끔 그렇게 드러나는 행동은 나를 궁지에 몰고 힘들게 했어. 차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는 그분들께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어. 급히 서둘러 가리라는 마음 아주 짧은 거리를 뛰었어.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난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 내 발은 보이지 않았던 턱에 걸렸고 몸은 이미 중심을 잃고 방향대로 넘어지고 있었던 거야. 아주 얕은 턱에 걸릴 만큼 난 차분하지 못했어. 위험을 감지한 순간 그때는 이미 늦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조심해서 넘어져야 지. 그런데 그 마음과는 달리 손등과 턱은 더욱 심하게 바닥과 부딪혔. 답답했어. 이 나이에 바닥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했더구나 순발력까지 없는 자신을 탓하며. 왜 무엇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 걸까 하고. 끝도 없는 불편한 맘이 며칠간 자신을 괴롭혔지. 의 성향이 몸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


벌떡 일어서며 이곳저곳을 확인했어. 손등에선 피가 흘렀고 턱은 붓고 동시에 멍이 올라왔어. 무릎에도 멍이 들었고 상처로 쓰라렸어. 눈물이 핑 돌았지만 분위기를 망칠 수 없었지.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니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못한 구석이 있는데 이럴 때 보면 나는 단단하지도 차분하지도 못하다는 생각에 점점 더 우울해졌어. 외부에서 보는 내 모습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었던 걸까. 보이는 모습에만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었는지도.




고요함이 너무나 깊어 문득 잠이 깬 새벽, 강렬한 빛에 눈을 제대로 뜨기도 힘이 들었다. 연속으로 반짝이던 불빛의 정체인 sns 알림과 얕은 턱에 걸려 넘어지 순간,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를 떠올리니 그 시간의 눈빛 상황 소리까지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여전히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내가 있다. 쇼윈도에 길들여진 나 역시 누군가를 그 시선으로 바라봤으리라. 페르소나였다고 변명해 본다. 뭔가 다른 세계, 영역으로 들어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다. 분명 나는 자신이 아닌 나를 대신한 누군가를 살짝 허가받은 그 영역에 집어넣거나 밀어버린 거처럼. 생각과 마음이 직관적 의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나'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몽롱한 새벽, 그리고 찰나의 그 순간 이성이 움직이고 있다고. 감성이 잘 정돈되어 있다고. 앞으로도 삶은 과거의 수없이 많은 착각과 찰나가 만나 현재가 되고 다시 미래를 이루리라.


오늘도 난 여러 착각으로 현재를 이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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