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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Nov 17. 2023

2024 수능이다!_필수와 선택사이 (응원합니다)

반드시 수능이어야 하는 걸까. 그 어떤 응원도 합니다!!

며칠간 강행했던 일정과 심리적 압박 때문이었을까. 한동안 원인을 찾을 수 없었던 두통과 알레르기와 피부질환이 이미 몸에서 시작된 듯 스멀스멀 올라왔고 그런  변화는 기분까지 우울하게 했다. 그래서 아주 짧은 찰나를 이용해서라도 이랑(독립 서점)에 가고 싶었다. 그곳에 나를 반길 누군가를 찾아서 마음과 발길이 닿은 것은 아니다. 대지로 그 자리에 머무른 이랑의 에너지를 느끼고 싶었던 걸까. 비를 즐기며 떨어지는 낙엽을 눈으로 상상하고 두 손을 벌리고 쭉 뻗어 온몸으로 맞으며 이랑으로 다가갔다. 도착해서야 숨이 가쁘다는 것을 깨달았다. 1분 1초라도 에너지를 함께 하고 싶었나.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박하선생님의  바통을 이어받아 2교시 수리능력 시험지를 다운로드하여 타이머를 맞춰 풀기로 했다. 해마다 겪는 패턴이 이번에는 좀 달랐다. 다시 찾은 일상에서는 수업을 끝낸 후에야 진정한 수험생이 될 수 있었다. 시간이 꽤 늦어졌다. 오늘 시험장 곳곳에서 긍정, 부정의 첫 발을 디딘 다양한 모습의 학생들을 떠올렸다. 마음은 이미 그들의 중심에 자리했고 두 손을 마주 부딪히며 따뜻한 응원을 건넨다.


그들의 내디딤을 응원하며 가볍지만 결코 날 수 없는 현실을 억지 이입하며 마침내 타이머를 맞추고 시작했다. 킬러 문항을 없앤다고 모순된 입놀림으로 수험생을 혼란에 빠지게 했던 그들을 향해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던지고 싶다. 체감이 서로 다른 준킬러 문제에 학생들의 마음이 벌써 불편했을까. 이런 상황이 수험생더욱 곤란하게 한다. 가벼워 보이고 해결할 수 있을만한 문제가 답이 보이지 않을 경우 스펙트럼이 더 확장된 경험은 없었기에 학생들은 훨씬 당황한다.

오~~ 호~! 떨린다. 각각의 문제마다 아이들 얼굴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평소 풀었던 내용인데 그 개념을 잘 기억하고 충실히 문제를 대했을까. 한 문제 한 문제가 내겐 의미가 있었다. 그건 학생들과의 매일 매 순간이었으므로. 그렇다고 오늘의 수험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부담감이 아닌 문제를 대하는 자세나 대처가 삶에서 얼마나 여러 순간 떠오를 것이며 그것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금 먼저 경험한 두려움과 노파심이 삶의 배경으로 깔려있다.  욕심을 내어 시험지를 좀 더 무거운 마음으로 놓지 않으려 애썼다.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수험생을 향한 연민이다.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위한 응원의 맘이다. 그 맘으로 최선을 다해 시험지를 꼭 쥐고 놓지 못했다. 마치 내 삶을 부정하지 않으려는 욕심으로.




 수능 날 새벽 단상 


몇 시간 후면 수능이다. 머릿속은 실타래가 얽히고 얽혀 정돈되지도 쉽게 풀리지도 않는다. 몇 번이나 잠을 청해봤다. 그러다 반복되는 행위. 여러 번 오뚝이처럼 일어난다. 다행히도 날이 좀 풀렸다. 오늘 있을 수능을 치를 모든 수험생을 위해 최소한 기온이 오르길 기원했는데 하늘이 도와준 것일까. 그런데, 얼마 전부터 흐린 하늘이 신경을 건드린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이 가을을 당당하고 조금은 뻔뻔하게 밀어내 버렸다. 그래서 지금의 시공간을 원래 겨울의 자리로 착각해 버렸다. 기온이 좀 오르며 수능이 시간과 날짜를 잘못 선택해서 찾아온 게 아닐까 조마해진다. 혹시, 기온이나 습도 바람의 정도 등 환경이 T의 컨디션에 방해가 될까 지나치게 염려되기 시작했다. T가 이 계절에 가지고 있었던 비염이 다시 찾아왔는지. 아니면, 알레르기 약의 힘을 빌리다 보니 비염은 많이 나았지만 뭔가 주변이 무기력하다. 일상이 무기력하게 다가왔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상이  널려있는 거처럼. 그러다 D-day가 되었다는 알림이 울렸다. 마침내 경계에서 상실감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슴이 조이듯 심장이 뛰기도 하고... 잠이 쏟아지다가도 과한 떨림으로 불편해하며 일어났다.  일 년에 한 번 해마다 이 시기에는 학생들보다 내 맘이 더 타들어 가는  같다. 사실, 과장 섞인 말이 아니고 뭘까? 정작 올해 수능을 치르수험생 당사자가 이 글을 읽게 되면 지금의 감정이 얼마나 섣부르고 오만해 보일까. 비록 경험에서 온 거지만 그들을 잔인하게 매도하는 감정의 말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아는 척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두려움고 상처 입고 궁지에 몰린 듯 불편하다. 불안하다. 느긋하길 기원하는 맘도 모순이 아닐까. 긍정, 부정에 관계없이 지금의 감정을 충분히 겪고 그 시간을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중적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내가 그들을 응원한다며 어깨를 토닥이고 있다.


◇ 이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보편적인 T에게 ◇


반짝이는 우주의 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T에게.


수능을 앞두고 생각 정리를 하다 문득 T를 처음 만난 시점이 떠오르는구나. 벌써 1년 하고도 몇 개월은 더 지났지? 우리 사이 사제간. 너를 통해 나의 감정을 읽는다. 선생님의 마음을 단지 활자가 내포하고 있는 다소 이성적 의미로 전달한다는 건 겪어온 삶을 온전히 느끼고 살아온 견고한 내 의식을 잠시 혼란스럽게 한단다. 내 손을 잡고 그것에 의지해서 너의 목적지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나에게 업혀 좀 먼 미래까지 안전하게 가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인연이 T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삶을 얼마나 더 다채롭고 다양한 경험으로 마주하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좌표 중 빛나는 지표를 발견하고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믿는다. 과정 중 오늘이 소중한 날은 틀림없겠지. 각자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서겠지만~단단하게 다져진 걸음은 지금부터 T가 선택할 그 어떤 순간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지나간 시간, 지나온 흔적은 물리적으로 우리의 나이와 경험을 말해주지만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그것마저도 내 기억의 사라 질 파편 중에 하나일 뿐이란다. 이제부터는 T가 해야지. 선생님은 해야 한단다 라는 부담을 남기길 원하지 않아. 막연하고 막막한 걸음을 걷는 중이라면 그 걸음에 무게를 더하지는 말아야지 하는 맘인데 다시 부담을 긴 여운으로 남긴  같구나.  오늘이 또 지금 자신의 마음이 기억 속에서 파편 한 조각으로 날아가버리지 않고 잔상으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길...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로 남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건 사라지지 않은 시간이란다. T야~ 내게 주어진 현재를 충분히 누리렴. T가 충분히 겪고 부딪히고 인내 속 즐거움을 찾아가길... 선생님은 늘 응원한단다. T가 진정한 자유 속에 풍요로운 삶을 충분히 누리고 경험하기를 누구보다 원하고 응원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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